# 올해로 13년차 A증권사 IT팀장. 애널리스트로 기업 분석에 잔뼈가 굵었지만 분석하기 쉬운 종목이란 없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손을 대기 싫은 종목이 있다. ‘선수’들마다 실적 전망이 엇갈리고 목표 주가도 들쭉날쭉이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아, 이 종목 정말 어렵다…” 애널리스트는 기업 분석의 정확성에 목숨을 건다. 기업분석 보고서(리포트)를 통해 제시한 분석, 전망에 대한 평가가 시장에서 여과없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분기마다 나오는 실적, 대개 6개월 단위로 제시하는 목표 주가도 그 시기가 되면 틀렸는지 맞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10년 이상 IT업종을 분석해 온 베테랑 애널리스트 14명에게 밸류에이션(가치 산정)이 가장 까다로운 종목이 무엇인지, 그 이유를 들어봤다. 가장 까다로운 종목으로는 엔씨소프트를 꼽았다. 애널리스트 14명 중 다섯 명이나 엔씨소프트가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인터넷·게임(소프트웨어)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예외없이 엔씨소프트를 지목했고, 하드웨어를 맡는 애널 한 명도 엔씨소프트를 선택했다. 무엇보다 게임이라는 무형의 제품에 대한 평가가 어렵고, 흥행여부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박재석 삼성증권 인터넷·텔레콤 파트장은 “온라인게임 업체의 내재적인 리스크인 신규게임 성공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밸류에이션이 어렵다”며 “엔씨소프트에 대한 목표주가가 증권사마다 크게 차이나는 이유도 이에 대한 시각차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록희 대신증권 소비재금융팀 팀장도 “신규게임 완성도가 흥행성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애널리스트가 게임의 국내 및 해외 시장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산업 전망이나 경기에 민감해 분석이 어려운 종목도 있다. 네 표, 세 표를 얻어 2·3위에 오른 서울반도체, 하이닉스가 그렇다. 코스닥 대표주 서울반도체는 눈앞의 실적보다 미래 가치를 높게 반영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영준 LIG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기업의 내재가치 보다 경기에 선행한 모멘텀을 가진 주가 어렵다”며 “서울반도체는 성장성을 감안해도 실제 가치 대비 프리미엄이 많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테크팀장도 “현재 서울반도체 가치 분석에는 2012년 이후의 LED산업 전망까지 포함됐다”며 “현재 주가를 설명하기 위해 관련 산업에 대한 가정이 많이 들어가는데 미래 가치를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 어렵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업종으로 이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성인 키움증권 IT총괄 상무는 “경기순환적인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노출도가 절대적이라 경기에 따라 손익과 밸류에이션 변동폭이 매우 크다”며 “경기 분석은 물론 변화하고 있는 산업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IT서비스업이라는 본업에 SK그룹의 지주회사라는 ‘부업’이 있는 SK C&C도 이름을 올렸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SK C&C는 단순히 영업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며 “실질적인 지주회사라 이에 따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벨류에이션으로 산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박한우 푸르덴셜투자증권 부장도 “SK C&C는 주가 움직임이 영업에 의한 것보다 그룹사와 관련해 움직이기 때문에 (주가 산출이)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올해 10월 SK C&C의 상장을 앞두고 SK C&C의 전담 애널리스트 배정을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일부 증권사가 본업인 IT서비스업에 비중을 두고 관련 업종 전문가를 배정한 반면, 몇몇 증권사는 지주회사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맡기고 있다. 삼성전기는 주가수익배율(PER), 주가순자산배율(PBR)이 동종 업체 대비 매우 높게 거래되고 있어 적정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LED 사업의 잠재력 평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권성률 하나대투증권 IT팀장은 “국제재무분석사(CFA) 시험에 삼성전기를 밸류에이션 하라는 문제가 나오면 다 떨어질 거란 우스개 소리가 있다”고 귀뜸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LG전자·삼성테크윈·LG이노텍·주성엔지니어링이 각 한 표를 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사업 분야가 많고, 글로벌 업체로 환율·지역별 현황 등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테크윈은 비교할 만한 동종 업체가 없고 방산과 IT복합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가치 평가가 어렵다는 점이 꼽혔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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