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진다. 전기는 저장이 되지 않는다. 원자력이나 석탄화력발전소가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것도 전기를 저장해놓고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면 미리 충전했다가 필요할 때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다. 발생량이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신재생에너지도 충전해 사용할 수 있고 휴대용 기기·전기자동차·비상전원 등에도 활용 가능하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에서도 스마트 에너지 저장 분야가 핵심이며 시장성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SS는 중·대형 2차전지로 이해하면 쉽다.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 달리 충전과 방전을 통해 재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를 들 수 있다. 특히 리튬2차전지는 기존 전지에 비해 환경 친화적이며 용량이 크고 수명이 길어 그동안 모바일 IT용으로 사용해 온 니켈카드뮴이나 니켈수소 2차전지를 급속히 대체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이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1991년 일본이 세계시장의 95%를 점유했지만 지금은 한국·중국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삼성·LG 등 대기업의 집중 투자로 일본을 추격, 대등한 양산경쟁력을 확보했다. 세계 2차전지 시장은 모바일 IT기기에 사용되는 소형 2차전지에서 전기자동차(HEV·PHEV·EV), 에너지저장 장치 등의 중·대형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전지연구조합에 따르면 2차전지 시장은 지난해 300억달러에서 2015년에는 818억달러로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2015년에 전기자동차 시장이 458만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여기에 사용되는 2차전지 시장도 지난해 7억5000만달러에서 147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은 에너지저장용 2차전지시장은 2015년 156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국내 기술수준이다. 리튬2차전지 기술은 일본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생산기술 분야는 일본과 비슷하지만 중대형 분야와 부품·소재 원천기술이 부족하다. 실제 국산화율도 소형은 50∼70%정도며 중대형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자동차 및 에너지저장분야에 사용하는 중대형 리튬2차전지분야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소재의 신뢰성, 전지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평가기술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2차전지기업은 150여곳에 이른다. 이중 리튬2차전지 관련기업은 50곳에 달하지만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업체는 10곳 안팎이다. 중소전지제조업체들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리튬이온폴리머전지(파우치타입) 개발 및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으로는 LG화학과 삼성SDI·SK에너지가 있다. LG화학은 지난 1월 미국 GM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상용전기차 시보레 볼트용 리튬이온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후 7월에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아반떼 하이브리카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저속전기차 전문업체인 씨티앤티(CT&T)에도 납품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 8월 독일 보쉬와 합작으로 SB리모티브를 설립, BMW의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전용 모델 개발 프로젝트인 ‘메가시티 비히클’에 2차전지를 공급하게 됐다. SK에너지는 최근 다임러그룹의 상용차부문인 미쓰비시후소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리튬이온 전지,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배터리 팩·모듈 등 소재와 전지·배터리 팩 제조의 핵심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업체는 SK에너지가 유일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정부에서도 민간기업들의 기술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지식경제부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으로 210억원을 지원, 리튬2차전지 상용화를 추진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아반떼HEV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의 2차전지개발을 위해 5년간 390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며 올해 지원정책 마련을 위해 업계와 의견을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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