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산단 첫 입주기업이자 국내 최대 비메모리반도체 기업인 KEC(구 한국도시바 회장 곽정소)가 창립 40년을 맞아 본사를 구미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싱글사인트랜지스터(SSTR) 분야에서 세계 2, 3위를 다투고 있는 KEC는 1969년 구미산단 조성 이래 구미산단의 역사와 함께한 구미의 대표적인 향토기업. 1970년 트랜지스터(TR) 생산을 시작해 1975년 IC 조립사업을 개시했고, FAB(1979년)와 MOS사업진출(2004년) 등 2000년 초반까지 고속성장을 해왔다. 지난 2003년에는 연매출이 6000억원에 달할 정도였지만 세트(TV)사업이 떨어져 나가고 지난해 말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한동안 고전을 면치못했다. 개별소자 및 집적소자와 더불어 주력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저전력 MOS를 기반으로 KEC는 지난해 매출 3010억원에서 올해는 35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KEC가 올해 창립 40년을 맞아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최근 서울 본사를 구미로 이전하기로 하고 본사인원 200명의 근무지를 구미로 옮겨왔다. 본래 KEC의 본사는 구미에 있었지만 지난 2005년 1월 글로벌기업을 지향하기 위해 서울로 옮기면서 구미공장 인원을 대거 끌어올렸다. 그후 서울지역 출신들을 많이 뽑았지만 이탈자도 적지않았으며, 지난해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세계 초우량 반도체 전문회사로 도약하는 비전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대규모로 투자한 MOS사업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결국 KEC는 40년전 구미에서 첫 출발했었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본사기능을 모두 구미로 옮겼다. 기업의 모든 지원부서는 공장 곁에 있어야하고, 지역 출신의 우직하고 충직한 인력을 진정한 KEC맨으로 키워야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서재현 경영기획실 기획인사부장은 “40년을 맞아 구미로 본사를 옮긴 것은 당시 지방 인력이 회사성장의 주춧돌이 되었던 것처럼 앞으로 지역에서 배출된 인력이 회사의 새로운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TV사업을 모두 가졌으며 물건이 없어서 못팔던 시대에는 납기만 맞추면 되는 공급자 위주의 사고에 젖어있다가, 이젠 소비자를 생각하고 자생력을 기르지 않으면 미래 40년은 없다는 생각이 구미회귀의 주된 이유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초소형 개별소자에서 대전력을 요구하는 파워 패키지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소자에 이르기까지 비메모리반도체 전문회사로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출발선상에 다시 돌아온 KEC의 미래 40년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구미=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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