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품 유통 매출액 부동의 1위.1990년 6월, 삼테크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에스에이엠티(대표 성재생)는 20여년간 1등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페어차일드반도체·AMD 등 세계적인 기업의 반도체, LCD 및 관련 전자부품을 국내 IT 업체에 공급하며 ‘IT유통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에스에이엠티는 1990년 6월 삼성전자 자회사로 출발했다. 1995년에 분사하며 세트제품 유통을 맡았다. 특히 PC 유통은 에스에이엠티가 주력했던 사업이었다. 그러다가 반도체 등 일반 전자부품이 추가되면서 현재 사업 형태가 완성됐다. 성재생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부분 시스템LSI 영업총괄 상무로 있다가 1999년 에스에이엠티로 왔다. 이후 성 회장은 에스에이엠티의 혁신을 주도했다. 2000년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대내외로 알리고 샤먼·상하이·베이징 등에 중국 사무소를 설립했다. 2004년에는 꿈의 매출액인 1조원을 돌파했다. 에스에이엠티는 승승장구했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2006년 8월 삼테크에서 에스에이엠티로 사명을 바꾸고, 대치동 소재의 현재 신사옥으로 이사를 하면서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당시 성 회장은 처음 사무실을 구하면서 회사 바로 옆에 창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도심에서 멀리 벗어난 외곽 지역만 고집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창고가 회사 옆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졌다. 회사와 창고를 이원화해서 쓰는 방안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에스에이엠티는 영업부서의 직원을 위해 교통이 편리한 대치동 인근에 사옥을 짓고 물류창고는 수원에 두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나니 영업 능률이 오르는 것은 물론 에스에이엠티 물류 창고 가동률도 높아졌다. 창고 가동률을 100이라고 치면, 그때까지 에스에이엠티는 자사 물량을 50정도만 처리하고 나머지 50은 손실상태로 나뒀다. 하지만 독립된 창고가 만들어지면서 다른 회사 물량 50도 받을 수 있어 들어가는 비용은 ‘50-50=0’, 즉 ‘제로’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 회장은 ‘고정관념을 버려라(Think out of the Box)’를 회사 기조로 내세웠다. 같은 시기 에스에이엠티는 자회사인 에스에이엠티유와 유럽법인을 설립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2006년 말에는 900여개의 전체 코스닥 상장업체 중 매출액 순위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직원 수가 몇 천명이 넘는 기업들 속에서 106명의 직원이 똘똘 뭉쳐 이뤄낸 작은 기적이다. 지난해 11월 키코 손실이 회사 발목을 잡았지만 올해 반도체 치킨게임이 끝나고 업황이 다시 좋아지면서 약 8000억원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에스에이엠티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CRM(고객관계관리)을 도입한 업체다. 그간 IT 유통업체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B2B 비즈니스의 CRM을 구축, 고객정보를 DB화해 ‘맞춤형’으로 관리한 것이다. 유통 거래선이 튼튼해지면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서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나 LG전자·대우일렉 등의 대어들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에스에이엠티는 만족하지 않았다. 기업채널관리의 핵심인 PRM(파트너관계관리)으로 고객사와 협업했다. 이 전략의 첫걸음이 바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벤처기업들과 협력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사업협력제도는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발된 협력사를 대상으로 에스에이엠티가 직접투자를 하거나 안정적인 부품공급, 마케팅 등을 지원했습니다. 소규모 벤처기업은 성장할 수 있고 우리는 부품을 공급할 수 있어 ‘윈윈(Win-win) 전략’이었던 셈이지요. 중소기업의 제품 경쟁력이나 CEO의 자질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에스에이엠티는 독립적으로 각 사업부가 운영된다. 각 사업본부의 수장이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체계다. 성 회장은 이들에게 자신의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전수해주고 성과 중심으로 조정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성 회장은 이 사업본부장들을 “장군이 아니라 최전선에 있는 보병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보병이 엉성하면 전쟁은 지는거나 다름 없다”며 “CEO에서 말단 직원까지 모두 최전선에 나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근무해야 책임제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에이엠티는 또 중소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사람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의 생활공간인 사내 시설 수준을 높여 근무환경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하고, 그 자부심이 고객을 섬기는 마음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아침, 점심을 1000원에 제공한다거나 대출금 상한선을 높이는 등 직원 복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에스에이엠티는 최근 삼성, LG 등 전자업체들이 LED, AM OLED 등 새로운 제품을 쏟아내고 있어 거래선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에스에이엠티는 한 우물만 꾸준히 판다는 계획이다. 제조업에 뛰어들거나 다른 IT 세트 제품을 유통하는 일은 먼 미래의 일이다. 에스에이엠티는 우직하게 현재 고객사를 잘 관리하면서 IT유통과 마케팅 사업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런 구상을 바탕으로 에스에이엠티는 ‘글로벌 IT 마케팅 크리에이터’라는 목표를 항해 달려가고 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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