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할 때마다 공급업체 직원들이 찾아와 북적거렸는데, 이제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조달실이 조용합니다.” 한국조폐공사가 전자조달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난 뒤 조달실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다. 공사 조달실로 계약서를 들고 찾아오는 공급업체 직원은 이제 볼 수 없다. 구매 요청 단계부터 입찰, 계약, 입고, 검사, 대금지급, 세금계산서 발급까지 구매조달 과정을 100% 온라인화했기 때문이다. 전자조달통합시스템 구축으로 무대면, 무방문 계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국조폐공사가 전자조달통합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는 구매요청은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에서, 결재는 내부 인트라넷(KOIN)을 통해서 진행됐다. 또한 계약업무는 조달청 나라장터를 이용하거나 일부 수작업으로 수행했다. 게다가 공사 본부에서 통합 구매를 한 것이 아니라 화폐를 제조하는 경산조폐창과 수표 등 유가증권을 제조하는 부여조폐창 등 각 본부에서 구매를 별도로 해왔다. 한국조폐공사 조달실 김기동 부장은 “집중구매가 아닌 분산구매 형태였기 때문에 행정업무가 중복됐고 품목, 공급업체 등 마스터정보를 사용하지 않아 실적 등의 관리도 어려웠다”며 “계약 완료 후에는 ERP에 수기로 재입력하는 등 비효율적으로 처리되는 부분들이 많아 이런 점을 개선하고자 전자조달통합시스템 구축에 나섰다”고 구축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조폐공사는 관련부서 직원 17명으로 구성된 TF팀을 만들어 지난 2007년 8월 구매컨설팅을 진행했다. 컨설팅을 통해 공사내 구매현황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 방향을 수립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 작업에 본격 착수해 2008년 1월 전자조달통합시스템을 구축 완료했다. 컨설팅 및 시스템 개발은 아이컴피아가 맡았다. 한국조폐공사는 구매요청 단계부터 입찰, 계약, 세금계산서 발급을 모두 통합했으며, ERP 시스템과도 연계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까지는 일반 기업체의 조달구매시스템과 유사하다. 그러나 일반 기업체와 달리 공기업은 계약법령을 준수해야 한다. 즉, 민간 기업에서는 우수한 품질의 물품을 적기에 적정한 가격으로 구매하면 되지만 공기업에서는 정부정책에 따른 친환경상품 상품구매와 사회적 약자인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 국가유공자생산품구매,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기술개발제품 및 인증신제품 우선 구매 등의 제도를 준수해야 하고, 구매조달시스템에서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 2000만원 이상의 구매는 의무적으로 조달청 나라장터를 이용해야 하는 것도 물론 포함된다. 한국조폐공사는 빠듯한 개발 일정으로 인해 2008년 1월 시스템 오픈 당시에는 이런 부분들을 적용하지 못했고 올해 추가 개발 작업을 통해 정부구매 제도들을 프로세스화해 시스템에 반영했다. 김기동 부장은 “정부의 구매 제도가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에 모두 내용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런 공기업의 독특한 구매시스템과 민간업체의 구매시스템을 종합해 공사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한국조폐공사의 전자조달통합시스템은 공사내 ERP시스템과도 연계돼 있다. 조달청 시스템과도 연결돼 있어 조달청에 구매 정보를 올리면 사내 전자조달통합시스템에도 동일한 내용이 자동으로 노출된다. 김기동 부장은 “조폐공사 직원들이 직접 실시간으로 현재의 구매 진행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전화로 구매 담당자를 찾아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조폐공사는 고객만족팀에서 활용하고 있는 알리미 시스템과 전자조달통합시스템을 연계해 구매 담당 결과는 단문문자(SMS)로 통보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전자조달통합시스템 운영으로 기존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모든 업무가 시스템화되면서 종이가 필요 없는 구매 환경을 만들었다. 또 무엇보다 공급업체 입장에선 계약을 위해 한국조폐공사로 방문해야 하는 시간과 수고, 비용을 덜 수 있게 됐다. 또한 과거 3개월이 걸리던 조달기간이 전자조달통합시스템 운영 후 1.5개월 정도로 대폭 줄었다. 조달 업무의 인력도 효율적 재배치가 가능해졌다. 과거 사업장별 분산 구매 시에는 25명 정도의 직원이 담당했지만 지금은 15명의 인력이 모든 구매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지난해 공공기관 외부청렴도 조사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데 전자조달통합시스템이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2008년 공공기관 외부청렴도 조사에서 한국조폐공사는 10점 만점에 9.16점을 얻어 총 377개 조사대상 기관 중 4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전자조달통합시스템을 통해 구매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 미니 인터뷰 한국조폐공사 조달실 김기동 부장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우선 구매업무를 본사로 집중화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업무의 통합뿐 아니라 인력까지 통합해야 했기 때문에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중증장애인생산품구매, 국가유공자생산품구매 등 정부의 구매 제도를 모두 시스템에 수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2008년 시스템 오픈에서는 이런 제도들을 100% 반영하지 못했고 올해 고도화 작업을 통해 모두 적용했다.
-구매 혁신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점은. ▲1단계인 전자조달시스템 구축 작업에서는 구매업무를 통합해 업무의 효율성과 계약의 공정성,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관련 업무를 시스템화함으로서 원가절감과 경영혁신에 기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2단계 고도화 작업에서는 정부 권장 정책인 공공구매제도를 시스템에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구매업무 프로세스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부분은.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모든 업무가 전자화되고 프로세스화되면서 종이가 필요 없는 구매환경을 구축했다. 또한 과거 직접 대면해 처리됐던 입찰, 계약, 세금계산서 발행 등이 모두 온라인화됨으로써 공급업체들의 호응이 높다. 공급업체들은 조폐공사 방문으로 인한 출장비를 절감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향후 계획은. ▲구매 인력을 보다 더 전문화하고 외자 직구매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전략적 협력업체 관리기능을 강화하고 공급자재고관리(VMI) 시스템과 공급자관계관리(SRM) 시스템 등의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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