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2500개 이상의 기업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보고서 발간 기업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수가 저조한 편이다. 또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고 해도 지속가능경영을 경영전략과 연결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 따라서 지속가능경영 노력이 재무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거나 경영 진단 결과가 경영에 재반영되는 선순환구조는 아직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국내외 선두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지속가능경영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살펴본다. ◇지속가능경영 관심 높지만 참여 저조=현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미래 세대의 필요를 손상시키지 않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다. 2002년 ‘지속가능발전기업 협의회’가 구성되고 2003년 삼성SDI, 현대자동차, 포스코에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N환경개발회의에서 경제 성장 주도의 발전으로 인한 전 지구적 공멸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지속가능성장’의 개념을 도입하고, 26개 기업에서 같은 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한 것과 비교한다면, 우리나라는 10년 정도 늦게 지속가능성장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21세기 최대 이슈인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과 맞물려 지속가능한 성장의 추구는 정부 차원의 촉구와 삼성,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의 선도적 노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한 국내 기업의 수가 2003년부터 5년간 연평균 85%씩 증가하여 2008년에는 65개, 2009년 9월 현재 75개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의 양적 증가와는 달리,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수준과 관심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 세계적으로 2500개 이상의 기업에서 투자유치와 자사 홍보, 환경경영 성과 보고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아직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투자와 보고서 발간에 적극적이지 않다. 매출 순위 100대 기업 중 현재까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35개에 불과하다. 또한 2006년에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했던 28개 기관 중 8곳은 최근 3년동안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발간을 중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대기업의 낮은 참여율과 보고서 발간 중단율이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효과를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그 영향력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인식하고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으며 이로 인한 성과를 확인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왜 선뜻 시작하지 못하거나 시작했다가 지속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내버리는 것일까? 언스트앤영의 지속가능경영 전략 수립 컨설팅 경험과 기존에 국내 여러 기업에서 발간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①자사의 지속가능성 수준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고 지속가능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주요 이슈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심층적 고려가 없다면 지속가능경영 활동은 지속가능성 향상과는 무관한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②지속가능경영을 경영전략과 연결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 경영전략을 고려하지 않은 지속가능경영은 비용 효과적 활동으로 해석되기 어렵고 지속적으로 경영진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 ③많은 기업들이 개별 주제에 대해 산발적으로 지속가능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에 대한 전사적 차원의 고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④프로그램을 실행하지만 결과에 대한 성과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성과를 평가하지 않는 것은 실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관리 및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⑤지속가능성 보고서의 발간 목적이 불분명하고 내용에 대한 기획력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선도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선도기업의 사례를 보고 배우는 것은 좋지만, 자사가 위치한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모방해서는 안된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은 많은 기간과 인력, 그리고 비용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분명한 목적과 기획 아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 ◇성과지향적 지속가능경영체계 구축 시급=우리나라 기업이 성공적인 지속가능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①국제적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여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하라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ISO(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 UNGC(United Nations Global Compact), 지식경제부, 환경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많은 국내외 기관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항목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자사의 목적과 상황에 가장 잘 부합하는 지속가능성 평가 진단표를 만들어 사회, 경제, 환경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 정도를 진단하고 평가한다. 진단 결과에 의해 파악된 강점은 활용하고 약점은 보완할 수 있는 지속가능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면, 중점 개선 부분을 찾기 위해 선진 기업과 비교하여 갭이 큰 부분을 찾아 이에 대해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좋은 접근 방법이다. ②지속가능경영을 경영목표 및 전략과 통합하라 경영목표와 통합되고 경영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속가능경영이 되어야 한다. 지속가능 경영 전략은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하고 파악된 강점과 약점을 고려해 수립되어야 한다. 이때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 사회, 환경적인 면에서의 현안을 전략 수립 과정에 반영하여 전략이 현안의 해결 방안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속가능경영 전략이 기존의 경영 전략을 지원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 이들간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경영 전략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경영목표 및 전략과 방향을 일치시켜 결과적으로 통합된 모습을 갖추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2009년 7월 ‘2020년 자동차 부품 업계의 글로벌 톱5’라는 경영비전을 수립하고 ‘드라이빙 사이언스(Driving Science)’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경영과 자원을 정비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와 함께 지속가능경영 TFT를 구성해 사회, 경제, 환경적 측면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면서 기업의 경영 전략과 통합될 수 있는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일련의 활동을 하고 있다. 경영 목표와 통합시키기 위해 현대모비스는 지속가능성 진단을 통한 강점과 약점 분석을 기반으로 사회, 경제, 환경적 측면에서의 현안 해결과 기존 경영전략과의 연계가 가능한 방향에서 지속가능경영 전략 대안을 수립하고 있다. ③지속가능 프로그램은 재무적, 비재무적 성과 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라 경영전략을 뒷받침하는 지속경영 전략을 수립했다면 전략 실행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을 개발 및 실시해야 한다. 지속가능 프로그램은 독립된 개별 프로그램의 산발적 시행이 아닌, 전사적 목표 아래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아이디어의 평가, 선정과정을 거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실행 후에는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에서 간과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성과 평가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 실행 결과에 대한 평가는 목표 대비 달성률, 직원 참여율, 지역사회 개선율, 이해관계자 참여율 등의 성과평가와 함께 투입 자원의 회수 성과도 함께 평가하도록 한다. 투입자원 대비 성과 평가는 자산 증대와 매출액 증대 등 재무적 성과(ROI)와 생산성 향상, 환경 보전 기여율 등의 비재무적 성과(Sustainable ROI)를 함께 평가하도록 한다. 성과 평가는 경영층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필수적인 항목이다. 우리 기업들이 환경에 대한 투자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에 소극적인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투자 대비 성과를 제대로 파악하거나 관리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자에 대한 재무적, 비재무적 성과를 확실히 보여 준다면 어느 CEO가 투자를 마다하겠는가. 우리나라는 글로벌 선도기업에 비해 지속가능경영의 중요한 두 측면인 사회경영과 환경경영만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이 재무적 성과와 기업가치 향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음을 성과 평가를 통해 확인하고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노력과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GE는 장기적인 성장을 이끌기 위해 통합적 환경경영솔루션 브랜드인 에코메지네이션(Ecomagination)을 개발했다. GE는 에코메지네이션에 투자된 비용을 포함해 온실가스 및 에너지 효율 개선, 물 사용 절감과 재활용율, 에코메지네이션 매출액 등에 대한 통합적 성과 평가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면서 에코메지네이션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다. GE의 경영진은 에코매지네이션의 5년간 평균 매출성장률이 GE의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3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성과 평가는 환경적 측면에 비해 평가를 위한 방법론의 개발이 많이 진행되어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적용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해외 선도기업에서는 모든 사회공헌활동을 구체적인 재무적 성과로 평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Loreal)은 전 세계 로레알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구체적인 재무적 성과로 어떻게 돌아오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CSR 활동의 체계적 성과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렇듯 선도기업들은 성과 평가를 통해 지속가능경영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의 사회적, 환경적 측면의 경영 활동을 규제에 대응하는 소극적인 수준에서 실행하고 있는 동안 선진 기업에서는 적극적인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신규 시장을 발굴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있는 것이다. ④지속가능성 보고서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다가가라 HP, 모토롤라 등 글로벌 기업에서 발간한 CSR 보고서를 보면 이들 기업은 자사의 환경적, 사회적 책임 경영과 활동에 대해 알리고 있다. 동시에 그들의 제품과 솔루션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최적의 방법임을 알리고 있다. 평범할 수 있는 많은 기업 활동과 제품들이 기후변화 대응 솔루션으로 재해석되고 있었다. 이들 보고서는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이성적으로 이해시키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작성된 것이다. 이에 반해 적지 않은 우리나라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이해관계자들의 관심 영역에 대한 자사의 활동 성과를 알리기 위해 많은 지면을 엔지니어링적 표현과 기술에 할애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 활동, 즉 전사적인 지속가능경영의 비전 및 목표, 전략과 중장기 계획, 사회, 경제 환경적 지속가능 프로그램, 지속가능경영 성과는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된다. 이때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이해관계자들의 관심도, 현안으로서의 인식, 자사 활동의 전달 방법, 그리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생각하며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보고서 발간 목적을 명확히 해 목적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고 항목 내용을 구성하며 어조를 선택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구성하고,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활동이 경영전략, 마케팅 전략과 연계되어 소통되도록 해야 한다. ◇지속가능경영과 재무성과 비례=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통합적·발전적으로 실시된다면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의 지속성 확보는 물론 경영 목표 달성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2006년 지속가능경영원과 중앙대학교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기업가치’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속가능경영 성과가 높은 기업들은 재무성과나 시장성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기업 중 1998년부터 2005년까지 5번 이상 200대 기업에 포함되고 재무자료가 가능했던 130개를 대상으로 실증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속가능경영 성과가 높은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수익률로 측정한 재무성과, 토빈의 Q를 이용하여 측정한 시장성과가 더 높게 나타났다. 기업간 차이분석에서 뿐만이 아니라 기업 규모, 부채비율, 산업을 통제한 회귀분석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즉,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한다. 그러나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처음부터 올바르게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지속가능경영의 취급 범위가 광범위해 관련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전략을 수립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 다가올 경기 확장 국면을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지속적 성장성을 확보해 명망있는 기업으로 영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언스트앤영 어드바이저리 김경란 이사 kyeong-ran.kim@kr.ey.com ◆김경란 이사는 언스트앤영 어드바이저리 BAS(Business Advisory Service)팀 이사로, 기후변화 및 지속가능경영 컨설팅(CCaSS)을 담당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 서울대학교 산업보건학과 석사 및 환경보건학과 박사를 졸업하고 한국쓰리엠 기술연구소,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근무한 바 있다. 전문 분야는 환경경영전략과 지속가능경영전략, 식스시그마 등이며 현대모비스의 지속가능경영 전략, 환경부의 주거환경내 공기질 연구, 한국쓰리엠의 EHS&R 법규준수 프로세스와 시스템 개발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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