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화와 계열화를 거쳐 이젠 화학적 융합으로.’ 15일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가 이사회를 열어 연내 합병을 공식화했다. 같은 날 팬택계열은 팬택과 팬택&큐리텔을 통합하기로 했으며 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의 LG통신 3사도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하고 16일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인가신철을 낼 예정이다. 또 포스콘과 포스데이타의 통합도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의 합병도 시간 문제다. IT대기업 계열사 간 인수합병은 그동안 ‘가물에 콩 나듯’ 드물었으나 올해 들어 봇물처럼 터졌다. 특히 지난 6월 KT와 KTF 합병을 기폭제로 그룹 간 유사 사업을 하나로 묶는 IT대기업들의 통합 붐이 2009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전엔 단순한 그룹 계열사의 사업부 단위 조정이었다면 지금은 기업 간 전면 통합이 대세다. 산업의 융합 트렌드와 맞물린 움직임으로, 시장 환경에 맞춰 최적의 조직을 갖추고 몸집도 키워 ‘규모의 경제’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IT업계는 시장 흐름에 따라 탈바꿈을 거듭했다. KT가 이동통신 분야 진출을 위해 KTF라는 별도 자회사를 둔 것이 1990년대 중반의 ‘전문화’ 흐름을 보여준다. 전문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2000년 초반엔 계열화 시대로 넘어갔다. KT, SKT, LG 3개 통신 그룹의 탄생이다. 이런 흐름도 유무선 융합이 현실화하면서 화학적 융합으로 방향을 틀었다. KT가 KTF를 다시 하나로 합치면서 통합법인으로서의 위용을 갖췄다. LG 통신 3사도 이를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SK텔레콤 그룹도 대세를 거스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업체인 팬택계열의 합병과 IT서비스업체인 삼성SDS와 네트웍스, 포스데이타와 포스콘 통합 움직임은 대통합이 통신뿐만 아니라 전 IT산업으로 확산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통신·IT서비스·단말기 업계 모두 조직 융합과 시너지 창출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지만, 포석엔 다소 차이가 있다. 통신업체들의 통합법인 설립은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쿼드러플플레이서비스(QPS) 등 세계적으로 결합상품이 대세가 되면서, 시기의 문제였을 뿐 예견됐다. 하루라도 빨리 통합하는 것이 투자 효율성과 마케팅 시너지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매출 3조원대 거대 IT서비스기업으로 다시 태어난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의 통합은 IT서비스 역량과 네트워크 인프라 전문성을 결합, 갈수록 다양해지는 고객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 체격을 갖춘다는 의미를 갖는다. 팬택계열의 완전한 통합은 경영합리화와 마케팅 효율화 측면이 강하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그룹 간 유사사업을 하나로 묶는 것은) 컨버전스 트렌드의 일환”이라며 “컨버전스가 심화한 가운데 각 계열사의 사업 영역이 비슷하면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아무래도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업무를 하나로 묶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며 “통합은 분명 시너지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규호·김준배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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