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감소율이 둔화되면서 한국경제가 불황형흑자 기조를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빠른 회복세를 점치기에는 아직 일러 출구전략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14일 관세청이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확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34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8%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 감소율이 한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로 수출이 감소세로 보인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수입감소도 주춤해지면서 수출감소폭보다 수입감소폭이 커 흑자를 기록하는 불황형흑자 탈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수입은 298억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24.6% 감소했다. 이 같은 수입감소율도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이다. 무역수지는 47억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전월 대비 수출은 19.1%, 수입은 9.3% 각각 증가했고 총교역액도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규모를 보였다. 수출은 주력품목인 액정디바이스, 반도체, 승용차 등이 전년 대비 27.1%, 24.9%, 19.0% 각각 증가했고 가전제품, 철강제품은 전월 대비 각각 23.3%, 11.7% 늘었다. 수입도 전월 대비 소비재, 원자재가 각각 18.6%, 9.2% 증가해 전년 대비 감소세가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이 같은 둔화폭 감소는 불황에서 벗어나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 경제의 회복세는 (세계 경제의) 재고조정 효과 때문에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한국의 경제 회복은 많은 부분 국제 교역의 회복에 의존했는데, 이러한 회복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전제하면서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다.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분석에는 세계경제가 내년에 완만한 더블딥이 올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단순 경기둔화에 멈출 수도 있고 더 심각한 더블딥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깔려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출구전략’은 상당기간 늦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7%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적어도 2년간 0%대 금리를 유지하는 등 세계적으로 수년 간 통화확장 정책이 지속돼야 한다”며 “출구전략은 각국이 상황에 따라 조금 빨라지거나 늦춰질 수 있지만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한 출구전략을 주문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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