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외산 패키지 솔루션을 기반으로 구축할 계획이었던 총 6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돌연 자체 개발 방식으로 변경함에 따라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패키지 솔루션 의존도가 높은 PLM 분야에서, 그것도 3년 후 가동할 차세대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모험’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상용 패키지 제품으로는 자사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 정보인프라그룹 주도로 약 200명의 개발인력을 투입해 앞으로 3단계에 걸쳐 3년 내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9월 초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제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생산, 마케팅, 단종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사 관련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역작’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구축될 경우 개발관리가 더 고도화되고 분리돼 있는 각종 프로세스가 통합될 수 있는 만큼 적시출하(Time to Market)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발효율성 제고, 가시성 확보=지금까지 PLM 시스템은 개발 위주의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게 주된 용도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차세대 PLM 시스템 개발로 개발 위주의 PLM이 아닌 제품 기획단계부터 단종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모든 프로세스를 통합관리함으로써 개발효율성을 높이고 전체 프로세스의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시장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고 비용 통제가 용이한 단납기 개발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상품개발 체계 재구축 △개발 자원 및 목표관리 개선 △업무 부문 간 연계 보완 등 3가지 중점 과제를 설정했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상품화개발시스템(개발 부문), 통합론칭시스템(마케팅), SCM 및 글로벌 ERP 인터페이스 확보 등이 주요한 과제가 된다. 예를 들어 마케팅에서 시장 동향을 파악해 신제품을 기획하면 이 정보가 개발부문의 개발관리까지 하나의 프로세스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개발 일정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재 관리까지 일사 분란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연계하겠다는 의도다. 결과적으로 개발일정 관리와 빠른 출시로 적시출하가 가능해진다. 개발 부문과 마케팅 부문이 시장 정보와 개발 정보 등 서로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업무 효율과 원가 절감 등 다양한 부가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부문별로 별도 시스템에 접속해야 했던 분산된 시스템 환경이 하나의 PLM으로 통합 및 연계되는 것이 차세대 PLM 구축의 가장 큰 특징이다. ◇3단계에 걸쳐 2012년 개발 완료=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내년 7월까지 1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부문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개발한 후 2단계에서는 계획 및 마케팅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마지막으로 3단계 프로젝트에서 전략 및 제품수명주기(PLC)와 연계된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계획대로 시스템 구현을 완료하면, 차세대 PLM 시스템이 글로벌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은 물론이고 공급망관리(SCM) 시스템과도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만큼 제품 기획에서부터 단종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최적화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난관도 적지 않아 보인다. 유례가 없는 초대형 PLM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라는 점이 우선 부담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원하는 초일류 수준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담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원하는 수준의 프로세스 표준화와 함께 이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어쨌든 삼성전자 차세대 PLM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대한 윤곽은 1단계 프로젝트가 끝나는 내년 7월경이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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