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가전 제품의 에너지 효율 등급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한다. 가전업체들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고효율 정책이 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내수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내에도 ‘기술 기준 개정(안)’을 놓고 부서 간 견해가 엇갈려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됐다.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냉장고·김치냉장고·세탁기·드럼 세탁기 4개 가전 제품의 소비 효율 등급 기준을 최대 5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효율 관리 기자재 기술 기준 개정안’을 잠정 확정하고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냉장고의 최대 소비 전력량은 현행 기준에 비해 30%가량 높아진다. 세탁기는 50%까지 강화된다. 특히 세탁기는 현행 기준에 없는 ‘물 사용량’과 ‘세탁 시간’까지 등급 부여 기준에 새로 포함했다. 에너지관리공단 측은 “가전 제품의 에너지 효율 등급 기준은 별도의 등급 산정량 공식에 따라 진행해 정확하게 등급별 소비 전력을 산술적으로 표기하기는 힘들지만 현행보다 평균 30% 이상 강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단 측은 “현행 기준으로는 대다수 제품이 1·2등급을 쉽게 획득해 등급제 시행에 따른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행 등급 기준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세탁기 10대 중 9대가 1등급을 받지만 개정 기준을 적용하면 1등급 모델이 단 한 대도 없다. 냉장고도 시판 중인 LG전자 최고급 프리미엄급 모델 1개를 제외하면 개정 1등급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이 없게 된다. 가전업계는 개정안 기준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개정(안) 유보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을 뿐만 아니라 협력 업체의 관련 부품 및 기술 개발과 설계 변경에서 생산까지 최단 2년여 기간이 필요해 준비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고 반발했다. 특히 국내 업체가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이미 글로벌 수준에 맞는 고효율 제품을 확보한 상황에서 지나친 에너지 효율 규제는 내수 시장을 위축시키고 국제 무대에서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전업계는 냉장고는 1996년 1.75(연간 ㎾h/L)에서 2006년 0.707로 11년 동안 소비전력을 50% 이상 줄였다. 세탁기도 2004년 14.96(㎾h/kg)에서 2006년 12.61로 3년 만에 16% 감소시키는 등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높여놨다. 임호기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팀장은 “개정안을 기준으로 1등급 제품은 현행 최고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일반 제품에 비해 30% 이상 고가”라며 “지나치게 앞선 고효율 정책에 따른 국내 기업의 위상 약화와 내수 시장이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식경제부 내부에도 개정(안)을 놓고 가전 산업을 담당하는 정보전자과와 녹색 성장을 주도하는 에너지관리과가 각각 시장 육성과 규제 강화로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달 말과 내달 관련 공청회를 연이어 열고 확정 개정안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따라서 개정안의 시행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오는 2011년 초가 될 전망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류경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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