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모 초등학교 6학년인 이영진군(가명)은 요즘 게임 ‘GTA4’에 푹 빠져 있다. 학교가 끝나면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PC방에서 GTA4를 즐긴다. 초등학생도 오후 10시 이전에는 누구나 PC방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군이 즐기는 GTA4는 가장 폭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성인용 게임이다. 게임 속에 경찰까지 살해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비교적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는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당연히 미성년자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군에게 GTA4의 어떤 내용이 가장 흥미로운지 묻자 “트럭으로 경찰을 깔아뭉갤 때가 제일 재밌다”며 “요즘 친구들끼리 가장 자주 하는 게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GTA4가 이용 불가 게임인지 아는지에 대해 이군은 “어른이 하는 게임인 건 알고 있지만 특별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단 이군뿐만이 아니다. 각 게임마다 이용 가능 연령 제한이 있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게임 등급은 무의미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초등학교 4, 5, 6학년생 13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 33.3%인 453명이 등급제에 관계없이 온라인게임을 한다고 대답했다. 가정에서는 그나마 부모의 감시가 있지만 PC방은 등급제의 사각지대다. 서울 영등포 인근의 한 PC방 업주인 박 모씨는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금지 제한은 잘 지키고 있지만 아이들이 어떤 게임을 하는지 하나하나 감시하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게임 규제를 하면서도 실효성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규제의 목적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인데도 효과 없는 규제만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벽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매체환경 과장은 “다른 문화 콘텐츠에 비해 온라인게임은 등급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게임 등급제 강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제도라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정에서는 등급제에 맞는 게임을 하도록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고 PC방에는 고객의 나이에 맞춰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한하는 기술적 장치가 시급하다. PC방 금연규정도 마찬가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PC방내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분리키로 했지만 이 규정을 지키는 PC방은 거의 없다. 흡연구역 PC의 재떨이가 금연구역에는 종이컵으로 바뀔 뿐이다. 전면 금연안이 나오고 있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차라리 흡연PC방과 금연PC방을 나눠 사업주의 자율에 맡기되 적발시 가중처벌을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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