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 소재는 금속과 비금속 원소가 화학적으로 결합해 구성된 무기물재료로서, 금속·고분자와 함께 일상생활,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3대 소재에 속한다. 사람들은 흔히 세라믹이라고 하면 도자기나 타일, 시멘트 등 전통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현대산업사회에서 세라믹 소재가 활용되는 용도는 인공치아에서 벽돌, 광택제, 연마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현재 세라믹 소재가 일상 주변에서 활용되는 용도는 실로 방대하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전쟁을 많이 치러본 국가일수록 철강, 화학, 고무 등 기초 소재기술이 크게 발달하기 마련이다. 오늘날 미국과 독일, 일본 기업들이 세계 소재 시장을 석권하는 배경에는 다양한 무기와 방산물자를 제조하면서 소재 기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터득했기 때문이다. 세라믹 소재 기술은 2차대전 때부터 전쟁의 향방에 적잖은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나치 독일이 러시아를 침공할 당시 독일군은 극한온도에도 안정된 특성을 갖는 세라믹 성분이 들어간 윤활유를 사용했지만 러시아군 차량들은 석유에서 뽑아낸 윤활유를 썼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 발이 곧잘 묶이곤 했다. 2차대전 때 일본군 전투기는 자기보다 훨씬 높은 고도를 날아다니는 미군 폭격기를 상대하느라 악전고투했다. 일본군 전투기는 영하 수십도로 떨어지는 높은 고도에서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일본 기술자들은 운 나쁘게 격추된 미군 폭격기의 엔진오일을 분석해본 결과 고고도 비행기술의 비밀을 알아냈다. 그 엔진오일은 흙과 같은 성분, 즉 세라믹 소재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세라믹 소재는 오늘날 전기전자에서 의료, 자동차, 섬유, 조선, 건축까지 국가 주력산업분야에서 시장경쟁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세라믹은 구성 성분에 따라 산화물, 비산화물, 복합체(금속기질, 세라믹기질)로 나뉜다. IT분야에서 세라믹 소재수요가 큰 산업군은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이 있다. 세라믹은 탄소배출과 관련있는 석유가 아니라 지천에 깔린 흙과 모래, 규석 등이 주성분이란 측면에서 21세기 녹색성장에 걸맞은 친환경적 소재다. 지구상의 모든 자원이 고갈되어서 세라믹 소재는 끝까지 남아서 인류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세라믹 소재는 IT산업의 경쟁력에도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휴대폰 부품소재의 70%, PDP 부품소재의 85%, 연료전지의 90%, 각종 센서류의 70%가 세라믹 소재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세라믹 소재는 각종 전자 기기의 부품에 사용되어 전자 기기의 성능을 발휘 할 수 있는 소재로서, 티탄산바륨, 산화아연, 질화알루미늄, HTSC 등이 있다. 이들의 용도는 캐패시티, 반도체 저항소자, 멤스, 절연체, IC용 기제 및 패키징용 소재로 사용된다. 국내 세라믹소재 시장은 2007년 기준으로 13조원 규모를 형성한다. 현재 세계 첨단 세라믹 소재시장은 일본, 미국, 독일에 기반을 둔 AVX, CeramTec. CoorsTek, 코닝, EDO, Kohler,교세라, 모건 크루셔블, 무라타, 생고방, 3M 등과 같은 소수 글로벌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기능성 세라믹소재의 경우 시장성장률은 연간 10%가 넘는데 국내 기술력은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의료용으로 많이 쓰이는 바이오 세라믹 소재의 경우 2007년 세계시장은 50억달러, 연간 13%씩 성장하고 있다. 2007년도 첨단세라믹 소재의 무역적자는 18억달러에 달하며 특히 대일무역적자가 13억 달러로 추정된다. △첨단세라믹 소재 기술의 특성 현재 세라믹 소재산업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일부 선진사가 제품 및 핵심기술을 독점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또한 각 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우리 주력산업 분야인 전기.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은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이전과 벤치마킹을 통해 성장했지만 첨단소재산업분야는 일부 선진국이 주도하면서 기술이전을 기피하는 분야기 때문에 이러한 따라하기 성장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평판TV시장에서 과도한 경쟁으로 LCD가격이 크게 떨어졌지만 일부 외국기업이 주도하는 핵심 세라믹 부품가격은 가격 조정이 어려워서 TV제조사들은 마진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교훈으로 국내 가전업체들도 원천소재기술 확보를 위한 R&D투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라믹 소재의 기술개발에서 후방 부품소재산업과 전방위 수요처 대기업간에 연결고리가 아직은 취약한 실정이다. 국내 세라믹 소재산업이 기술력을 더 키워야 할 응용분야는 태양전지, 2차전지, 연료전지, 생체용 세라믹, 임플란트, 투명전극, LED 반도체, RFID/USN 센서 등이 거론된다. 최근 나로호 발사로 관심이 높아진 항공우주분야의 고기능성 세라믹도 빼놓을 수 없다. 세라믹 소재는 열에 잘 견디기 때문에 우주왕복선에는 1600도 초고온에서 견디는 세라믹 타일이 붙는다. 핵연료, 흡수제, 연소기관 라이닝과 같은 내화소재에도 세라믹 기술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분야는 모두 극한물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국산화를 통해 우리나라 세라믹 소재기술을 한단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세라믹소재는 유독 세계시장에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차원의 세라믹소재 기술개발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단기 제품양산기술과 고기능성의 중장기 소재기술개발을 병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첨단산업이 국제경쟁력을 높이려면 세라믹 소재분야에 범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기술지원과 원천기술 확보가 요구된다. △실리콘 소재의 특성과 시장현황 세라믹 소재 중에서 IT산업과 관계가 깊은 것은 반도체, 태양전지판 등에 널리 사용되는 실리콘 소재다. 실리콘 제품수는 5000여 품목에 이르고 산업의 분화, 다양화, 고도기술화에 수반하여 종류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실리콘은 특성상 내열성이 뛰어나고 친환경적인데다 새로운 산업분야가 생기면 곧바로 적합한 형태의 소재로 개발되는 우수한 특성을 갖고 있다. 1.유기 실리콘=유기 실리콘 소재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군사용도로 개발되어 군사전략소재로 사용되었다. 유기-무기 하이브리드 소재로서 가장 이상적인 분자구조를 갖고 있으며 주원료로 메틸염화실란을 사용하고 오일, 고무, 수지와 같은 다양한 실리콘 화학제품이 제조된다. 세계 대전이 끝난 1950년 이후 민간 부문에서 잇따라 상용화됐다. 현재도 다우코닝(미국), 신엣스(일본), 와커(독일) 세계 2차대전에서 격돌했던 국가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KCC가 메틸실리콘 단량체 제조공장을 완공해 화학산업에서 널리 쓰이는 범용실리콘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범용 실리콘 소재는 고신뢰성과 긴 라이프 사이클을 특징으로 한다. 유기실리콘에는 종류가 매우 다양한 고기능성 실리콘소재도 포함된다. 고기능성 실리콘 소재는 첨단제품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고성능과 신기능을 겸비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고기능성 실리콘소재 분야는 소량 다품종 제품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각 품목당 시장규모는 적으나 전방위 국가주력산업 제품군에서 핵심소재로서 그 파급효과가 크다. 이 분야에서 국내기술은 아직 초기단계로서 7000여종의 실리콘 제품을 출시한 다우코닝에 비하면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2.결정형 실리콘=결정형 실리콘은 반도체 웨이퍼를 비롯해 최근 급부상하는 그린에너지 산업의 선두주자인 태양전지 제작에 널리 사용되면서 국내외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세라믹 소재의 주원료인 사염화실란도 결정형 실리콘 제조공정에서 부산물로 대량생산된다. 결정형 실리콘소재 회사는 세라믹 외에 화학 소재 분야도 세계시장을 주도하면서 복합적인 소재부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최근 친환경 바람을 타고 국내 대기업들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폴리실리콘 제조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OCI로서 지난 연말부터 생산 및 증설에 나섰다. KCC, 웅진폴리실리콘, LG화학, 한국실리콘 등도 수천억에서 조단위의 폴리실리콘 제조 설비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설비 투자가 완료되면 국내서도 다양한 염화실란 전구체 수급이 용이해지고 가격도 내려갈 전망이다. 폴리실리콘은 순도가 높을수록 태양광 전지로 만들때 발전효율이 좋아져 고순도 제품의 경우 기술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일부에선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이 공급과잉인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자체 원천기술도 없이 너무 쉽게 뛰어든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설치하는 폴리실리콘 생산라인들은 장비와 운용기술, 소재 등을 독일, 미국, 일본의 기술컨설팅회사에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사온 것들이다. 당장 돈이 된다 싶은 실리콘 소재의 생산기술을 외국에서 통째로 사오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 기반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R&D가 필요한 시점이다. KIST 나노재료연구센터의 유복열 박사는 “반도체, LCD가격이 해마다 계속 떨어지는데도 핵심 실리콘 소재는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반도체, LCD기업들의 원가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 IT산업의 미래를 위해서 실리콘 소재의 원천기술을 적극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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