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소액지급결제 서비스를 실시한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잔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증권사의 의욕적인 마케팅으로 계좌 수가 뚜렷이 증가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머니 무브’가 일어나지 않아 계좌 증가가 수익으로 연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개 증권사가 지급결제 서비스를 실시하기 시작한 지난달 4일 이후 지난 2일까지 CMA 계좌가 21만1463개 증가했다. 이는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의 월평균 계좌 증가분 15만1000개에 비해 40% 많은 수치다. 하지만 계좌수 증가 추세와 달리 지난 2일 기준 계좌 잔고는 39조7941억원으로 지난달 3일의 40조3187억원과 비교했을 때 소폭 줄었다. 이와 관련해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A 증권사 관계자는 “CMA도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처럼 자금 유출입이 잦아 CMA 잔고의 변동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늘어나는 계좌를 펀드 같은 투자상품의 판매로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활황으로 직접투자가 활성화하면서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매수로 인해 잔액이 줄었고 일부 법인들도 자금을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MA계좌 증가가 지급결제 서비스 때문에 나타났다기보다는 증권업계의 고객 유치 경쟁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일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중 CMA 계좌 수 1∼5위는 동양종합금융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이다. 여기에 앞으로 교보증권, 대신증권 등과 오는 2010년 키움증권 등이 새로 CMA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개인들의 계좌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메리츠종금이 최고 연 5.0%라는 높은 금리를 제시하자 한 달 만에 7000억원의 자금이 몰린 사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치된 자금을 계좌 개설자 수로 나누면 한 사람당 4000만원에 이르는데, 그만한 자금이 장기적으로 계좌에 남아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전체 CMA 계좌 잔고라는 ‘파이’가 충분히 커지기 전에 증권사 간 금리 경쟁 때문에 자금이 몰려다닌다면 증권사 입장에서도 득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CMA 금리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지급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유진투자증권이 최고 연 5.1%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CMA 상품을 출시한 것을 비롯해 신영증권이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연 5.0% 금리를 제시했으며, 대우증권도 연 4.5%였던 ‘우대수익형 CMA’의 최고 수익률을 4.7%로 높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 CMA가 단순한 고금리 상품이 아닌 편리한 자산관리 수단이라는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주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CMA 시장이 정착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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