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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꿈, ­실패에서 길을 찾다] ①절반의 성공에서 배워라


카테고리 : 레포트 > 기타
파일이름 :090901110416_.jpg
문서분량 : 1 page 등록인 : etnews
문서뷰어 : 뷰어없음 등록/수정일 : 09.08.31 / 0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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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꿈, ­실패에서 길을 찾다] ①절반의 성공에서 배워라
본문일부/목차
# 사례 1:한국 첫 발사체 나로호(KSLV-Ⅰ)가 발사되던 지난 8월 25일 오후 6시 30분.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1층이 술렁거렸다. 나로호 성공발사에 대한 축제분위기가 급반전되며 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페어링(위성보호덮개)’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이날 저녁 발표는 절반의 성공,부분 실패뿐이었고, ‘페어링’에 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 사례 2:1998년 한국 첫 고체로켓 ‘KSR-Ⅱ’가 국방부 안흥 시험장에서 점화됐다. 15m짜리 2단형 고체로켓은 곧바로 구름 속으로 사라졌지만 목표 고도인 130㎞에 도달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도가 60㎞밖에 못올라 갔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판정불가 결정이 났다. 정부는 이 발사체에 대해 ‘성공’으로 판정했다. 발사과정에서 수집된 텔레메트리 자료가 빈약해 로켓 잔해가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알수 없다는 당시 조사위원들의 보고는 묵살됐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다.
 수많은 실패를 통해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얻어야 하는 과학기술계의 풍토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같은 비용이라면 러시아와의 발사과정에서 한두번의 실패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기술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과학에 대한 문화는 이같은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98년 발사된 고체로켓 ‘KSR-Ⅱ’나 11년이 지난 2009년의 ‘나로호’ 발사 과정을 들여다보면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 비공개 하는 방식도 똑같다. 실수를 공개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것이 경험이다.
 과학기술계에는 실수나 실패는 덮어서 더이상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 강조된다. 
 우주과학기술의 요체는 발사체에 있다. 나로호에 탑재된 과학기술위성 2호는 탑재체일 뿐, 이를 대기권 밖으로 밀어 올리는 발사체 역할이 중요하다. ‘KSLV-Ⅰ’ 1단 기술을 러시아가 끝까지 숨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1단은 러시아가 1970년대 사용하다 퇴역시킨 군용 로켓을 저궤도 상용 발사체(앙가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를 사용하는데는 약 2억달러 수준. 핵심 기술인 엔진과 연료관련 기술 등을 제외한 시스템 설계와 지상설비 공동 작업, 인력 교류 등을 이전받는 조건이다.
 앙가라 기본엔진 RD-191는 2t급 위성을 밀어 올리는 추력을 갖고 있다. 이번 나로호는 2t급 위성을 밀어올릴 수 있는 RD191를 100㎏급 과학기술위성 2호를 밀어올릴 RD151로 튜닝해서 발사했다. 1단 엔진 힘만으로 나로호가 고도 300㎞대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 문제는 실수와 실패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되집어봐야 한다. 1, 2단 발사체의 통합 시험 부재도 문제가 됐다. 러시아 기술과 미국 및 유럽식에 기반을 두고 있는 우리 나라 우주기술 간 호환성 점검을 위해서 시도했어야할 시험이다. 이외에도 △페어링 미분리가 미친 영향 △오버슈트의 이유 △진공 속에서 위성이 급속 추락한 이유 △2단 점화과정 및 연소시간, 고도 △통제센터의 오류 등도 모두 정부가 규명해야할 내용으로 꼽히고 있다.
 실패에서 길을 찾기 위해서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정확한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실험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언론이 아니더라도, 위원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에게 모두 공개하고, 이를통해 더 나은 아이디어를 수렴해야 한다. 30여만개 부품으로 이뤄진 우주발사체 기술에서 결함과 실수를 발견하고, 이를 보완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우주발사체를 완성하면, 모의 탑재체를 싣고 시험하는 과정을 한두차례 거친다. 바로 실수를 전제로 한 검증 과정이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우주단장을 지낸 은종원 ETRI 책임 연구원은 “일본은 동경대 연구소에서 1∼100㎞고도 로켓실험만 300회 이상을 실시했다”며 “이번 나로호의 카운트다운 중단이나 궤도 진입상 오류는 실패라기보다 시행착오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는 우주과학기술 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시행착오’였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와 실수를 격려하는 문화다. 교과부와 항우연, 그리고 국민은 실패와 실수가 쌓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과학방법론을 곰곰히 점검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실패를 전제로 하는 과학기술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거대 우주과학기술부문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번의 실수로 과학기술자를 매장하지 않는, 과학기술 담당 공무원을 매도하지 않는 격려가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나로우주센터 방문과 격려를 통해 교과부는 실패를 보듬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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