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완(중국+대만) 파워가 디스플레이에 이어 휴대폰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노키아와 함께 글로벌 휴대폰 3강 체제를 형성한 우리나라 업체의 성장가도를 가로막을 위협적인 존재로 급부상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대만의 휴대폰 업체들이 올해 들어 글로벌 시장을 향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 가운데 거대 가입자 시장을 자랑하는 중국 통신사업자와 양국 단말기 업체의 공동 전선도 부쩍 활발하다. 이날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의 왕 지엔저우 회장이 최근 대만을 방문해 “금주 내 주요 대만 기업과 스마트폰 공동 개발 등의 협력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회장은 “대만 스마트폰 업체인 HTC와 차이나모바일의 운용체계(OS) 기반의 ‘오폰(Ophone)’ 모델을 하나 이상 공동 개발, 출시하며 내년까지 5개 모델로 확대한다”고 말했다. 차이나모바일은 또 대만 최대 칩 제조업체인 미디어텍과 자사 3G망에서 구동되는 휴대폰용 칩세트를 공동 개발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최근 중국과 대만 휴대폰 업체의 최근 성장세도 가파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2분기 글로벌 휴대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중흥통신(ZTE)·화웨이 등 중국 업체 2곳과 대만 HTC 등 총 3개 차이완 기업이 10위권 내에 포진했다. 특히 ZTE는 820만대를 판매, 일약 6위로 급부상했다. 중국 업체가 5위 기업 바로 뒤에 선 것은 처음이다. 통신장비 업체로 잘 알려진 화웨이도 630만대를 판매, 림(RIM)에 이어 8위에 등극했다. ZTE와 화웨이 판매대수를 합치면 1450만대로 모토로라(1480만대)와 불과 30만대 차이다. 270만대인 대만 HTC까지 가세하면 1720만대로 모토로라를 한참 따돌리게 된다. 중국과 대만 업체들은 아직 브랜드 지명도와 디자인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의 중저가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노키아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LG전자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은 ‘아직 위협적일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차이완 기업의 행보를 예의 주시했다.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중국 휴대폰 업체의 부상에 이어 중국 이통사-대만 제조사 협력 강화가 단기적으로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HTC는 글로벌 사업 역량이 있어 중국계 이통·휴대폰 업체의 합종연횡을 장기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차이완 업체들은 LCD 패널을 비롯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LCD 패널 생산라인 구축을 독려하면서 대만 업체의 기술과 투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때 고사 위기에 처했던 대만 패널 업체들도 이 덕분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 김유경·양종석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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