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압박과 치열한 경쟁환경으로 기업들의 IT아웃소싱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기업의 IT를 총괄하고 있는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계열사 중 IT서비스업체가 없는 기업 CIO나 중견 기업 CIO들은 제3자를 통한 IT아웃소싱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고민스럽다. IT아웃소싱을 애플리케이션 영역까지 확산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CIO들은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그룹 계열 IT서비스업체를 통해 토털 IT아웃소싱을 받고 있는 기업들의 CIO도 현 아웃소싱 체계에 대해 일부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CIO,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우려=지난 2006년부터 한국IBM으로부터 IT시스템 운영에 대한 장기 아웃소싱 서비스를 받고 있는 교보생명은 올해 초 그동안 검토해 왔던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추진을 무기한 보류키로 최종 결정했다. 당시 교보생명이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검토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황주현 교보생명 부사장은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사업은 예상했던 것보다 복잡하고 기대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검토는 몇년 후에나 다시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교보생명은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IBM과 LG CNS로부터 제안까지 받은 상태였다. 교보생명의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검토 취소는 국내 기업 CIO들이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에 대한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CIO들이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아웃소싱으로는 급변하는 비즈니스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즉, 신규 사업 진출에 따른 IT지원 등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아웃소싱 인력이 해당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단순한 시스템 운영이 아닌 비즈니스와 관련이 높은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는 운영 혹은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을 꺼리는 더 큰 이유는 문화적인 데 있다. 실제 대부분 기업의 CIO나 IT부서장들은 IT인력이 자신의 부서에 소속돼 있는 직원이기를 바란다. 현업의 요청이 많은 애플리케이션 영역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기업의 한 CIO는 “때로는 분초를 다툴 만큼 촉박한 현업의 요청이 들어오는데 이런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인력은 부득이하게 예기치 못한 철야 근무를 할 경우도 있다”면서 “담당자가 외부인력일 경우에는 이러한 요구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 아웃소싱 인력들은 야근을 하거나 추가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경우 서비스수준협약(SLA)에 따라 소속돼 있는 아웃소싱 업체의 관리자에게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그런만큼 업무시간 연장에 있어서는 유연성이 낮다. 이외에 금융권의 경우 IT아웃소싱 도입을 노조에 설득시키는 것도 CIO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반면 아직은 소수이기는 하지만 시스템 운영에 이어 애플리케이션 영역까지 아웃소싱을 적용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시스템 운영에서 애플리케이션 영역까지 아웃소싱을 확대 실시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CIO인 김진우 상무는 “과거 정규 인력을 대상으로 지시를 내릴 때보다는 다소 답답하긴 하지만, 해외 진출에 따른 IT지원 등에 있어서는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에쓰오일은 기존의 IT인력을 모두 아웃소싱 업체로 이관하는 토털 IT아웃소싱을 실시하기도 했다. 외환은행은 구매, 물류 업무를 대상으로 업무프로세스아웃소싱(BPO)을 준비 중이다. 금융권에서 대규모로 BPO를 추진한 것은 외환은행이 첫 사례다. 그렇지만 여전히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을 도입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아모레퍼시픽, 에스오일, 위니아만도, 무림제지, 수출입은행,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일부 기업에 불과하다. ◇그룹 계열 CIO, 인하우스 아웃소싱도 고민=그룹 계열의 IT서비스업체를 통해 토털IT아웃소싱 서비스를 받고 있는 기업들의 CIO도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대부분의 그룹은 계열 IT서비스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또 KB, 우리, 신한, 하나, 메리츠 등 금융그룹들도 IT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들 그룹 계열사들은 모두 IT계열사를 통해 시스템관리(SM) 서비스를 받고 있다. 30대 대형그룹과 우리금융그룹 계열사는 시스템운영은 물론 애플리케이션 영역까지 IT계열사를 통해 아웃소싱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들 계열사 CIO들의 가장 큰 고민은 IT계열사와 맺은 SLA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이다. 한 대형 그룹 계열사의 CIO는 “아웃소싱을 수행하고 있는 IT계열사와 SLA 계약을 맺고는 있지만 이를 어겼다고 해서 패널티를 부과하거나 문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런 점들 때문에 다소 문제가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또 다른 그룹의 계열사 CIO는 “SLA를 맺은 IT계열사의 아웃소싱 임원이 얼마 전까지만도 우리 기업의 CIO였는데 그를 대상으로 문제삼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귀뜸한다. 최근 매각으로 인해 대형 그룹에서 분리돼 토털IT아웃소싱에서 인소싱으로 전환하고 있는 한 금융사 CIO는 “기존의 IT계열사를 통해 아웃소싱 서비스를 받을 때는 갑작스럽게 요구되는 개발에 대해 아웃소싱 인력으로는 대처가 어려웠다”면서 “업무 유연성도 문제였지만 개발 정확성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최근 자체인력을 대거 채용해 내년까지 인소싱 체계 전환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그룹 규모가 커지면서 계열사간 유대관계가 약해짐에 따라 부상하고 있는 보안 우려도 CIO들의 고민이다. IT계열사의 아웃소싱 인력이 특화된 계열사 고객의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CIO가 답답해 하는 점이다. 최근 삼성SDS를 통해 토털IT아웃소싱을 제공받던 삼성증권이 IT인력을 대거 채용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삼성증권은 경력과 신입 IT인력을 70여명 규모로 선발해 상품개발, 트레이딩, 뱅킹 등 IT기획업무에 배치했다. 삼성증권의 IT기획 인력 강화는 비즈니스 지원에 대한 신속성 확보와 보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아웃소싱의 문제점에 대한 CIO의 고민은 금융권일 경우 더욱 심각하다. 과거 우리은행 CIO는 토털IT아웃소싱 사업자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의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라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인력을 은행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외에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등이 IT계열사를 통해 IT셰어드서비스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IT역량적인 측면에서 우려의 시각이 높다. 물론 그룹 계열 IT서비스업체들도 현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현실적인 SLA 정책을 마련하는 등 그룹 계열사의 효율적인 IT지원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여러 계열사들이 동일하게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셰어드서비스 지원도 계열사의 아웃소싱 비용을 효율화하는데 좋은 방안이다. ◇CIO, 전사적 관점에서 아웃소싱 접근해야=아웃소싱에 대한 CIO들의 사고도 개선돼야 한다. 먼저 아웃소싱을 시행하는 데 있어 명확한 이유를 수립해야 한다. 단순히 비용절감 압박때문에 IT아웃소싱을 도입하게 될 경우 궁극적으로 실패할 활률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웃소싱 전문가인 마이크 라포드 가트너 부사장은 “아웃소싱을 도입하기 전에 중장기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명확히 수립하고 현재의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고 충고 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앞서 아웃소싱을 도입한 대한항공의 CIO인 이상만 상무는 “짧은 기간 내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IT자원도 확대돼야 했는데 아웃소싱을 도입함에 따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면서 “이제 아웃소싱은 단순히 비용적인 부분이 아닌, 비즈니스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을 정확하게 분석한 다음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를 구분해 기업 내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현상준 한국IBM 전무도 “아웃소싱 도입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면서 “IT가 기업 내 가장 핵심 업무라면 IT 인소싱을 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반면 비핵심 업무라면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외환은행은 구매, 물류 업무에 대한 대규모 BPO 도입을 검토하면서 비핵심 업무에 대해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핵심 업무에 대한 집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CIO가 갖고 있는 IT인력에 대한 소유 의식도 개선될 사항으로 꼽힌다. CIO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아웃소싱 인력에게 지시하는 것보다 자체 인력에게 지시하는 것을 선호한다. 현재 IT아웃소싱을 도입한 기업의 CIO는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가 전달되지 못하는 명령체계를 문제점으로 여기고 있다. 아웃소싱 업체의 한 영업담당 임원은 “CIO들은 대부분이 아웃소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영업을 할 때도 CIO보다는 주로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아웃소싱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CIO도 보다 전사적인 관점에서 아웃소싱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IT아웃소싱 제공업체의 수준도 제고돼야 한다. 국내 IT아웃소싱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사의 비즈니스를 지원해 줄 수 있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일부 글로벌 아웃소싱 업체나 국내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비즈니스 지원자로서의 컨설팅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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