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뛰어야 우리나라 산업·경제의 혈맥도 뛴다. 녹색성장이라는 국가적 어젠다를 성공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힘도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곧 산업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녹색신화’를 만들어가는 중소기업이 많이 생겨나면 날수록 국력은 강해진다. 앞으로 12회에 걸쳐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점검하고, 알토란 같은 회사로 쑥쑥 커가고 있는 녹색기술 중소기업들을 현장에서 소개한다. 정부가 국가 비전으로 채택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제한된 자원’과 ‘지구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제한된 자원과 환경보호란 두 가지 난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는 열쇠는 바로 ‘기술’이다. 융합과 첨단화된 기술만 있으면 제한된 자원에서도 새로운 자원이 뽑아져 나오고, 환경을 지키면서도 인류 삶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녹색성장의 터전 위에서 가장 큰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이 바로 기술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중소기업에 필요한 실용화 중심 생산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이전하고, 이로써 기업의 기술 및 국가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큰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저탄소 녹색 성장의 근간이 되는 청정생산시스템 분야 △국가 주력 산업에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생산기반기술 분야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융·복합기술 분야를 3대 중점 연구 영역으로 지정, 한발 앞선 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중소기업에 가장 시급하게 필요하면서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분야들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기술의 젖줄’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생산기술연구원은 기업의 제조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료 단계에서부터 공정, 최종 출하에 이르기까지 전 제조 공정에 청정생산 기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해 중소기업에 이전·확산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중소기업의 체질을 녹색성장 시대에 걸맞게 개선하기 위해 녹색기술 개발 및 양질의 인력수급 문제도 산·학·연 간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또 대-중소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선진국들의 환경 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녹색성장 기반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대·중소기업 간 협력 체제 확산은 중소기업에 녹색기술 개발 참여 기회를 넓혀줌으로써 국가 전체의 녹색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생산기술연구원은 미래 주력 분야에서 중소기업의 녹색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녹색산업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생산기술 테스트베드 사업’도 추진한다. 생산공정, 신기술 시제품 등을 실험가고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형 실험실을 구축, 운영함으로써 혁신적인 녹색 생산기술을 중소기업에 전파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소재 선정부터 리사이클에 이르기까지 녹색기술의 실용화를 위한 전 주기적 지원 체제를 가동할 수 있게 된다. 기술과 기술을 접목하고 복합화하는 첨단기술 개발을 통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산업까지 발굴하는 융·복합기술 지원 사업도 활발하게 전개된다. 지금까지 융·복합기술 개발은 IT, BT, NT 등을 융합해서 복합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 왔으나, 고급기술이 반드시 큰 시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들이 충분히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중급기술이나 하위기술이 오히려 더 큰 시장을 창출하는 예가 이미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생산기술연구원을 매개자로 해 중소기업 간 협업이나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중급기술이나 하위기술을 엮어서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기고-나경환 생산기술연구원장 처음 교통 신호등 체계를 발명한 레스터 와이어가 ‘정지’ 신호에 빨간색을 쓴 이유는 신경을 긴장시키는 작용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초록색은 안정 효과가 있어 ‘진행’ 신호로 채택됐다. 망막에는 명암을 인지하는 간상체와 색채를 인지하는 추상체가 있는데, 녹색은 빨강이나 파랑에 비해 명도와 채도가 낮아서 간상체를 자극하지 않고도 추상체가 이를 편하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만큼 눈과 뇌의 부담이 적다는 뜻인데, 눈이 피로해지면 녹색을 보라는 얘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많은 학생들이 오랜 시간 주시해야 하는 칠판이 녹색이고, 도시보다 전원에 사는 사람의 시력이 좋다는 통계가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한다. 지구촌 곳곳에 녹색 열풍이 거세다. 이는 하나뿐인 지구의 피로를 풀고, 인류의 눈이 초록색 숲을 통해 안정적으로 미래를 봐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한편으로는 에너지 고갈과 지구 온난화의 경고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해야 하는 전 세계 산업계의 유일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선진국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환경이 곧 ‘돈’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녹색시장 선점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 아래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미래 국가 비전으로 선포한 이후 사회 전 분야에서 활발한 녹색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다. 석유 사용 9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자 이 중 58.4%를 산업 부문에서 쓰고 있는 실정에서 지극히 당연하고도 시의 적절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녹색산업 경쟁력은 아직 주요 선진 15개국 중 11위에 그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녹색 경쟁력 취약이 문제다. 대한상의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4.9%가 기후변화 및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환경관리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4%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됐다. 산업의 뿌리인 중소기업들이 속한 토양을 갈아 엎지 못하는 한 아무리 영양가 높은 비료를 공급하더라도 싱싱한 녹색 열매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고용 효과가 크다. 원재료 및 수요의 특성에 따라 분산돼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높다. 산업의 다양화에 기여하면서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숨은 조력자다. 이노베이터로서 사회 전반에 활력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실제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정착된 우리나라에서도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의 88%, 총부가가치의 53%를 견인하고 있을 만큼 그 존재 가치가 크다. 따라서 녹색산업의 성패는 중소기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중소기업의 녹색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는 산업계, 그중에서도 특히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출범 20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다. 녹색은 성장과 비옥함, 새로운 출발을 상징하기 때문에 경제적 번영기마다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올해를 국가 녹색산업 발전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산업계의 공동 노력이 있는 한 ‘녹색’ 너머에는 푸른 성장의 미래가 있다. khna@ki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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