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진흥원(원장 김용근 www.kiat.or.kr)은 지난 5월 통합 출범하면서 기업과 정부는 물론이고 대학·연구소·개별 연구자 등 각 주체를 잇는 ‘산업기술 연구개발(R&D) 허브’ 역할을 선언했다. 상생협력 현장의 매개자이자 추동체로서 뛰겠다는 기관 좌우명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 터널 탈출의 원동력을 만들어내고, 위기 이후 기회까지 잡으려면 우리 산업에서 ‘잘하는 분야’와 ‘잘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야’의 연계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것은 완제품이다. 우리 완제품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전쟁터에서 더없이 ‘잘 싸우고 있는 분야’다. 휴대폰, 디스플레이, 조선, 자동차 등이 위기 속에 오히려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이를 입증해보이고 있다. 반면에 이들을 최종적으로 만들어내는 밑바탕이라 할 수 있는 부품소재는 여전히 경쟁력이 취약하다. 그렇다고 부품소재를 ‘못하는 분야’로 낙인 찍어 팽개칠 수는 없는 일이다. 완제품 영역과 상생협력해 ‘지금은 약하지만,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분야’로 키우는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우리 부품소재 기업(중소기업)과 수요기업(대기업·글로벌기업)이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닦기 위한 ‘부품소재 신뢰성 기반 기술 확산’ 사업을 역점 추진 중이다. 수요 대기업이 특정 부품 및 소재의 신뢰성 목표를 제시하고, 이에 중소 부품소재 기업이 신뢰성 지원 기관과 협력해 기술을 충족시키면 대기업이 그 제품은 적극 구매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기업도 중소협력사에 각종 기술 지원과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 부품소재 기업에는 대형 판로와 함께 기술 향상이라는 과실이 돌아가게 되고, 대기업들도 안정적인 부품소재 공급 루트를 확보하고, 원가경쟁력을 높임으로써 해외시장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산업기술진흥원은 지난 상반기에만 27개 부품소재 신뢰성 기반 기술확산 과제를 선정해 지원했다. 지난 2007년 8개 시범 과제보다 3.5배가 늘어났고, 지난해 연간 지원과제 25개보다 더 늘어난 과제 규모다. 올 상반기 지원된 29개 과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오는 2012년까지 약 9000억원의 수출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산업기술진흥원은 산학 협력을 상생의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쏟고 있다. 이것이 지난 1일 시작돼 오는 2013년 12월 31일까지 54개월간 추진될 ‘산학 협력 중심 대학 육성 사업’이다.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 체제를 산학 협력 중심으로 개편하고, 기업 수요에 맞춘 인력 양성 및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단순히 산학 협력을 위해 대학과 기업이 일시 프로젝트로 만났다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학은 상시적으로 기업의 수요에 맞는 인력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기업은 필요할 때 언제든 대학에서 기술과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성과가 없을 땐 남남처럼 돼버리는 일시적·행사적 산학 협력 모델이 아니라 상시적 상생 협력 모델인 셈이다. 그동안 기술 지원을 위해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전개해왔던 사업 대상도 경영·디자인대학 등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통섭’으로 길러진 인재가 기술과 사업 영역의 융합시대를 이끄는 협업 주체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개발된 유망기술의 신상품, 신사업화를 조기에 지원하는 ‘사업화 연계기술 개발 사업’에도 탄력이 붙었다. 초기 사업화 단계에 소요되는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R&D 성과를 확산하고 기술기반 혁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다목적용 카드다. 지원 형태는 크게 신규창업형과 혁신기업형 두 가지로 나뉜다. 신규 창업형은 사업화 기획 컨설팅기관이 유망 R&D 결과를 발굴해 사업화 기획 지원으로 창업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혁신기업형은 사업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 기획을 거치지 않고, 직접 상용화 개발 단계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산학 협력 중심 대학 육성 사업 성공사례 피스톤 생산 전문업체인 동양피스톤은 완성차업계에 공급할 신형 피스톤을 자체 개발해 놓고도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엔진 작동상태를 그대로 구현한 엔진동력계 시험장비가 워낙 고가여서 자체적으로 보유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처지였다. 하지만 한양대 산학 협력 중심 대학의 지원을 받아 교내 공용장비센터에 있던 엔진동력계를 활용해 신개발 피스톤의 성능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원천기술을 보유한 교수가 엔진시험평가에 관한 기술(ECU 기술)까지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얻었다. 특히 한양대 공용장비센터에는 엔진동력계 응용분야에 다년간의 현장 근무 경험이 있는 전담 시험원이 상주하면서 시험을 수행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확보하기 어려운 엔진동력계 운용기술을 지원받기도 했다. 기업의 납품 일정 등 시급한 개발일정을 맞추기 위해 학교는 학생 연구원들까지 공동으로 협업에 참여하도록 지원함으로써, 단기간에 시험이 끝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같은 산학 협력 중심 대학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동양피스톤은 피스톤의 양산에 신속히 돌입해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 성장이란 성과를 얻었다. ◆사업화 연계기술 개발 사업 성공사례 아무리 좋은 기술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업화·상품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산업적 가치는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산업적 누수를 막기 위해 기술의 사업화에도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휴대폰 부품 전문업체 엠티엑스하이브리드는 사업화 연계기술 개발(R&BD) 사업 지원을 지난 2007년 말부터 올해 말까지 받으면서 남다른 성과를 거뒀다. 세계 최초로 단층 박형 스프링을 개발해냈을 뿐 아니라, 기존 대비 신뢰성이 두 배 이상 향상됐다. 특히 슬라이드형 휴대폰의 슬라이드 힌지 모듈과 폴더형 휴대폰의 힌지 모듈과 관련된 탁월한 기술력은 곧바로 제품화로 이어져 해외시장 성과로 연결됐다. 엠티엑스하이브리드는 △슬라이드 모듈 스프링 및 슬라이드 힌지 모듈 △키패드 틸팅 슬라이드 모듈 △듀얼 슬라이드 모듈 △휴대폰 반자동 폴더 등의 기술사업화를 조기 추진함으로써 회사 성장을 위한 단단한 발판을 만들었다. 일본, 중국의 휴대폰, 가전 제조사와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일부 초기 제품의 현지 판매도 이뤄졌다. 주요 품목의 목표 대비 기술 개발 성과도 100%를 실현했을 뿐 아니라, 각종 신뢰성 관련 수치들도 목표치를 모두 충족시키는 등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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