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냉장고가 지난 4월 프랑스에서 점유율 11.2%를 기록했다. 시장 1위다. 유럽 국가 중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프랑스 시장이어서 1위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 위기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에서 오히려 점유율이 올라가 관심을 끌었다. 냉장고뿐 아니라 다른 품목도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 프랑스를 포함해 LG가 진출한 주요 나라에서 돋보일 정도로 LG 브랜드가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TNS가 조사한 ‘아시아 톱 1000 브랜드 2009’에서 LG전자는 에어컨·세탁기·냉장고 등 ‘가전 3총사’가 아시아 가전 톱 브랜드를 휩쓸었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3관왕에 오른 것이다. LG전자는 전 세계를 통틀어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TV·휴대폰·가전 등 대부분의 품목이 이미 ‘톱3’에 이름을 올렸다. LG전자 ‘글로벌 경영’이 불황기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남용 부회장은 지난해 ‘위기가 기회’라고 선언했고 글로벌 1등을 위해 느슨한 조직을 팽팽하게 조여 왔다. 주요 임원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경기 침체를 극복해야 하는 이유로 첫째가 생존, 둘째는 1등 도약이라며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이어 올해 초 82개 해외법인에 ‘워 룸(War room)’을 구축해 이를 실천에 옮겼다. 워 룸은 환율 동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각종 경영에 필요한 지표를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LG는 이미 글로벌 1위 기업을 위한 착실한 준비를 진행해 왔다.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철학에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진행했다. LG전자는 국내 모든 기업을 통틀어 ‘C레벨’ 외국인이 가장 많은 회사로 알려져 있다. 남 부회장 자신을 제외한 본사 7명 최고경영진 가운데 무려 6명이 외국인이다. 이는 능력만 있으면 국적과 배경은 고려치 않겠다는 확고한 경영철학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은 결국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글로벌 인재가 많을 때 가능하다는 평범한 상식을 따른 것이다. 사람이 바뀌면서 조직 문화도 자연스럽게 변했다. LG전자에서 영어는 외국어가 아닌 모국어로 바뀌었다. 임원회의를 비롯한 각종 보고 서류도 영어가 대세다. 업무 e메일도 영어와 한글을 함께 쓴다. 미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경쟁력 강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신입사원 연수 교육을 기존 2개월에서 11개월로 늘렸다. 2개월 입문 교육과 직군 교육이 5개월로 늘었고 6개월 멘토링 교육과 해외 시장 체험 등을 추가해 현장 업무를 크게 강화했다. 인력과 조직 변화뿐 아니다. 글로벌 기업은 결국 고객이 만든다는 관점에서 최우선 경영 순위로 ‘고객’에 방점을 찍었다. 우스개 소리로 LG전자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 바로 ‘고객 인사이트 (Insight)’라는 용어다. 고객이 표현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찾아 반영해야 글로벌 기업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 불황에도 현지 시장, 나아가 글로벌 무대에서 점유율을 높인 데는 고객 인사이트를 기반한 현지화 상품이 크게 기여했다. 중동 지역을 겨냥해 코란을 보여 주는 LCD TV, 야채칸을 강조한 인도 님버스 냉장고, 두바이를 겨냥한 헬스 케어 가전 등 숱한 히트작을 만들면서 글로벌 전자 1위를 위한 탄탄한 토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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