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최근 50여개의 회원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융합IT 시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향후 ‘IT+의료 융합산업’이 가장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이며 융합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법·제도 개선 등 규제 완화가 선결 과제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융합IT 분야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 대상 중 45%가 IT+의료 분야를 첫 번째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IT+환경(18.3%), IT+건설(18.3%) 분야 등이 뒤를 이었다. 또 향후 가장 활발한 사업이 진행될 곳으로 예상되는 분야에 관한 질문에도 의료(40%), 환경(23.3%), 건설(20%) 등의 순으로 답해 당분간 IT+의료 분야가 주력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IT 서비스 업계는 융합IT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법·제도 등 각종 규제 개선과 융합기술 R&D 투자를 가장 바라고 있었다.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이 두 가지를 꼽은 기업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5%였다. IT가 자동차, 조선, 항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는 융합IT 비즈니스가 IT 업체의 신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주력산업과 IT 산업 간 인식의 속도차, 법·제도 미비 등 융합IT 비즈니스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등의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정부도 융합IT 산업의 가능성과 비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기존에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융합IT 비즈니스의 컨트롤타워가 지식경제부로 일원화되면서 정부의 지원 정책에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융합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법·제도 정비가 거론됐다. 기술과 서비스가 개발돼도 법·제도에 가로막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부처 간 협력 요구 높아져=지난 11일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성장산업 포럼에 나노 융합산업의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국가 R&D 전략이 제시됐다. 이날 모인 이들은 신성장동력 산업의 기반 기술인 나노기술을 타 산업에 융합하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복수의 부처·기관이 공동으로 국가 R&D 사업을 추진하는 신개념 R&D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은 포럼에서 기존 폐쇄적인 국가 R&D 체계로는 경제적 창출 효과가 미흡하고 글로벌 트렌드 반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나노 R&D 사업을 본격화했는데 그간의 정책 성과가 미국 대비 66%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2015년 세계 3대 나노기술 강국 목표 달성을 위해선 교육과학기술부와 지경부가 공동 주관하는 팀플레이형 R&D 사업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양 부처가 원천기술사업·시제품 개발 지원사업·사업화품목 발굴사업·제품개발지원 절차 사업·시장경쟁력확보 지원 사업 등을 진행하고 전문적인 R&D 사업 관리를 위한 코디네이터 제도를 도입할 것도 강조했다. 이처럼 융합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개방형 국가 R&D를 바탕으로 해 융합 기술 개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산업계의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업 지원하고 규제 장벽 허무는 법·제도 정비 시급=지난 5월 새롭게 탄생한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융합 세라믹 기술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동안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첨단IT 산업의 동반자였던 세라믹이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의 핵심 소재로 활용될 것이며 이에 대비한 계획을 마련했다. 세라믹기술원에 따르면 세라믹 소재가 정부의 녹색성장을 떠받치는 핵심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제도가 미비해 제대로 된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분야별 세라믹 소재 향후 성장률이 태양전지 50%, 연료전지 36%, 자동차용 2차전지 55%, 바이오 35%, 나노 30% 등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산업계 현실은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기업이 90%가 넘을 정도로 영세한 동시에 산업 인프라도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관 및 업계는 별도의 세라믹 융합형 산업 육성 법안 제정을 강력히 바라고 있지만 정부에서 조율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어 현재 산학연이 힘을 합쳐 육성 특별법안을 만들기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 중이다. 세라믹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산업의 영세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5개 첨단 세라믹 산업 연평균 매출은 33.7% 급상승했고 매출 규모도 2563억원에서 4조6743억원으로 18배나 증가하는 성과를 이뤄냈다”며 “융합 소재를 적용한 시스템 개발 시 관련 부품 소재도 동시에 개발하는 소재형 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장벽을 허무는 법·제도 정비에 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의료 융합IT 서비스 분야에서는 제도적 쟁점 현안으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 원격진료 관련 법·제도 정비다. 지경부와 산업계가 원격진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타 부처의 반대로 이미 해묵은 이슈가 돼버렸다. 이 밖에도 u시티 사업의 수반요금 할인, 친환경 기업의 세제 지원 확대 등 융합 산업을 주도하는 산업계가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융합IT의 핵심 SW 전폭 지원 정부는 SW를 접목한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경제위기를 타개해나갈 유망 중소SW 기업 발굴·육성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00억원을 투입해 ‘2009년도 임베디드SW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건설·의료·조선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전통산업과 융합되는 IT 영역 중 SW가 가장 큰 부가가치를 낳을 것으로 보고 융합SW 산업을 육성,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프로젝트는 제품 상용화 선도 프로젝트와 융합 시제품 제작 지원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제품 상용화 선도 프로젝트는 자동차, 의료, 에너지 등 시장성, 수입대체효과가 기대되는 산업을 대상으로 과제당 개발비용의 50% 범위에서 최장 2년, 연간 최대 5억원이 지원된다. 융합 산업 분야도 늘어나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자동차, 의료, 국방 등 5개 분야에 그쳤으나 올해는 조선, 에너지, 보안 분야 등이 추가된 7개 분야로 진행된다. 융합 시제품 제작지원은 임베디드SW 기업의 우수 아이디어 및 솔루션을 발굴해 라이선스·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시제품 제작비용의 50% 범위에서 최대 1억원이 지원되고 있다. 올해는 15개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제품 상용화 선도 프로젝트는 작년에 처음 추진됐으며 지난해에 종료된 3개의 과제에서 상용화 성과가 나왔다. △RFID를 이용한 유비쿼터스(u)완구 및 응용 서비스 개발 △근거리 무선통신을 위한 u헬멧 플랫폼과 서비스 개발 등이 그것이다. u헬멧 플랫폼은 세계 1위 오토바이 헬멧 기업의 유통망을 활용해 북미 지역 오토바이, 액세서리 판매 유통점을 거친 헬멧 판매가 추진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개발된 제품의 사업화 및 해외진출 가능성 등을 더욱 제고하기 위해 수요 기업-임베디드SW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때 가점 비중을 높여 제품 개발 후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개발된 제품의 해외진출 가능성 제고를 위해 글로벌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가점이 부여된다. 지식경제부는 또 최근 발표한 임베디드SW(융합SW) 발전 방안의 후속 조치로 주요 제조업 등과 SW 융합을 위한 대규모 융합제품 상용화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지원 규모는 정부출연금 300억원이며 과제별로 5억원 이내, 60개 내외의 과제를 지원한다. 모바일·자동차 등 전략 분야를 포함해 제조업·서비스업·에너지 등의 다양한 산업 분야가 대상이다. 주력 제조업·서비스업·에너지 등의 제품에 정보통신·SW를 접목한 융합제품 상용화로 신규 시장 및 고용 창출, 해외 진출을 이뤄낼 수 있는 과제가 중점 선발될 예정이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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