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그룹들은 우리나라의 앞선 통신인프라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콘텐츠 유통 활성화에 기반을 둔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는 최첨단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미국과 유럽, 일본의 미디어그룹 CEO들과 면담한 뒤,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짬을 내 밝힌 소회다. 최 위원장은 미국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정부가 방송통신 융합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정작 융합의 핵심인 콘텐츠 산업정책은 여러 부처로 분산돼 방송통신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솔직한 심정도 감추지 않았다. 이 같은 최 위원장의 발언에는 ‘우리나라도 이제 (미디어 선진국들처럼) 방송통신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품고 있다. 실제로 미디어 선진국인 미국의 타임워너는 ‘TV를 모든 곳에서(TV everywhere)’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위성, 케이블, 인터넷TV(IPTV) 등을 망라하는 모든 매체에서 자사의 TV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월트디즈니도 한 편의 영화를 IPTV·휴대폰·인터넷 등으로 이동하면서도 ‘끊김 없이’ 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월트디즈니 관계자는 “3분 안에 영화 한 편을 내려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한국을 디지털콘텐츠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방송통신 콘텐츠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통위의 의지도 이 같은 세계 미디어그룹의 움직임과 맥을 같이한다. 방통위가 방송통신 콘텐츠의 규제개선과 진흥정책을 함께 다루는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방통위 콘텐츠 주부부처 과장이 방송통신 콘텐츠를 보는 시각에도 잘 나타난다. 최성호 방통위 방송통신진흥정책과장은 “방송통신 콘텐츠는 독자적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네트워크·애플리케이션 등과 효과적으로 연결돼야 성공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제작·유통·소비 등을 망라하는 산업”이라며 “따라서 정책적으로 규제정책과 진흥정책이 모두 연계돼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방송통신 네트워크·서비스·콘텐츠, 사업자 등 모든 분야에서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 환경이 도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시장의 파워가 유통부문에서 제작부문으로 이동하고, 유통부문에서는 방송통신 유통의 중요성이 확대되는 등 콘텐츠 산업의 가치사슬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콘텐츠는 영상·이미지 등 내용과 기술이 결합된 제품이다. 따라서 방송통신 기술이 결합된 방송통신 콘텐츠의 육성을 위해서는 관련기관의 전문성을 고려한 지원체계 수립이 필요하다. 방통위가 부처 역할 분담에서 방송통신용 콘텐츠를 담당하게 된 배경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의 내용이 되는 영상과 이미지 분야에서, 방통위는 방송통신 콘텐츠와 방송통신 기술·뉴미디어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트디즈니가 한국 네트워크 인프라를 부러워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콘텐츠 산업과 방송통신 산업은 지금까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상생해 왔고, 앞으로 더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될 것이 확실하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뉴미디어와 콘텐츠의 발전을, 콘텐츠 산업의 발전은 네트워크 산업의 발전을 견인해 왔다. 특히 네트워크를 비롯한 방송통신 기술과 뉴미디어가 뒷받침되지 않은 콘텐츠는 산업적 가치가 작을 수밖에 없으며, 콘텐츠가 없는 방송통신 기술과 뉴미디어 또한 존재가치를 찾기 어렵다.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구조로 방송통신 산업을 선진화했다”며 “시장의 플랫폼 허가정책에서부터 산업진흥까지를 효과적으로 결합해 일궈낸 성과는 방송통신 콘텐츠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형 위원은 또 “콘텐츠는 중소기업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연령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다양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만들어 창조적 모델을 많이 창조해 내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방송통신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창출될 수 있는 공정경쟁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갑’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방송통신 사업자(유통업자)의 시장활성화 정책과 규제정책이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 이경자 방통위 상임위원은 “콘텐츠는 대표적인 녹생성장산업이며 성장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산업활성화 대책을 고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콘텐츠는 원료도 생산자도 모두 사람인만큼 사람의 지원정책이 중요하며,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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