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이 저마다 ‘녹색 성장’을 기치로 관련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갈등과 혼선을 빚자 청와대가 직접 교통정리에 나섰다. 국무총리실을 통해 정책 조율을 하는가 하면, 부처 간 기획조정협의회 구성도 검토 중이다. 이와 별개로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에 주관 부처를 명시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업계는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녹색 성장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기 위해 정부 각 부처들의 정책 관할권 싸움부터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지적해왔다. 7일 관계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정부 각 부처의 정책 혼선을 막기 위해 최근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와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정책 조율 작업에 나섰다. 청와대는 당초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 정책 조율 기능을 부여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 했지만, ‘녹색성장기본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져 여의치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녹색성장 관련 정책 과제가 워낙 다양하고 많아 업무 조정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정책 혼선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이며 평가도 강화해 (부처간 업무 조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제시한 ‘중점 녹색기술 개발 및 산업화 전략 로드맵’도 청와대와 총리실이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한 1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른 시일내 녹색성장기본법 국회 통과를 추진하는 동시에, 조만간 각 부처 국장급으로 기획조정협의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녹색성장 산업이 다양한 융·복합 기술을 근간으로 하는데다 기후변화 대응책의 경우 워낙 영향 범위가 넓어 특정 부처가 주관하기는 무리”라며 “미래 시장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고 일부 사업은 부처 간 경쟁도 필요해 당장 확실한 교통 정리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녹색성장 정책을 만들어내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대로 방치해선 산업 초기부터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증폭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환경부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 3개 부처가 싸우는 ‘환경원격감시체계(TMS)’ 사업이다. 환경부는 이미 지난 1988년부터 전국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1123개의 TMS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며 기득권을 주장했다. 지경부는 산업단지 업무 관할권을 앞세워 오염물질 원격 감시사업을 별도 추진하겠다고 맞섰다. 행안부는 산하 소방방재청 네트워크와 연계, 지방 하천의 환경측정망 관할권을 내세워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 대응 조직의 주도권을 놓고도 마찬가지다. 지경부는 에너지관리공단에 온실가스 산정·보고·인증·청정개발체제(CDM) 등을 전담하는 조직을 이미 운영 중이라며 기득권을 주장하는 반면, 환경부는 환경관리공단에 조직 신설을 추진 중이다.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개발 사업은 각 부처들의 중복 투자로 예산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3월 나노박막태양전지 소재 개발 사업에 2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채 한 달도 안돼 지경부는 차세대 박막태양전지 관련 원천기술 개발 사업에 90억원을 지원한다고 맞받았다. 박막형 태양전지를 개발중인 D사 관계자는 “국책 연구개발 과제들이 부처 간 사전 협의나 의견 조율이 전혀 없다는 느낌”이라며 “추후 부처 간 업무 조정으로 정책 과제에 변화가 생길 경우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는 업계가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와 탄소 마일리지 제도 등 총 8개 주요 정책 관할권을 놓고 지경부와 환경부가 다투고 있으며, 그린홈·태양전지·TMS 3개 주요 정책 과제의 경우 지경부·국토해양부·교과부·환경부·행안부 등 무려 5개 부처가 갈등을 빚고 있다. 우기종 녹색성장기획단 공동단장은 “각 부처별 업무 중복문제를 녹색성장위원회도 인식한다”며 “녹색성장기본법 통과와 함께 시행령에 주관 부처를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형준·서한·이동인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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