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를 읽고
나는 `11분`을 읽은 뒤에도 그 소설이 왜 그렇게 많이 팔리는지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내 감정이 그만큼 메말랐다는 증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영혼을 근본에서부터 움직일 수 있는 책을 쓰는 작가라는 평을 받는 파울로 코엘료가 쓴 책을 모두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파울로 코엘료 3부작을 찜해놓고 있었는데, 며칠 뒤 과방에 갔더니 `연금술사`가 있었다. 주저하지 않고 책을 펼쳤다. 몇 시간만에 읽어버린 뒤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다지 새롭지 않으며 왜 이 작품이 그렇게 많이 팔리는지 알 수 없었다. 편안하고 쉽게 읽을 수 있고 마음에 은은한 파도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빠져들만한 소설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생각해 볼 점은 있다.
이 책을 읽은 뒤 지금까지 연금술이 지니고 있던 영혼과 관련된 측면을 왜 내가 파악하지 못했는지 궁금했다. 이미 히라노 게이치로가 쓴 `일식`을 읽으면서 연금술, 종교, 신비주의 따위가 얽힌 관계와 그 관계에서 벗어난 것들이 뜻하는 바를 어느 정도 알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연금술사`를 읽으면서 완전히 깨졌다. 여기에서 말하는 `연금술`은 단순히 가치 없는 금속을 굉장히 가치 있는 금속인 금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대상도 금속이 아니다. 연금술로서 자기 꿈으로 나아가는 자기를 정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자기를 정련하는 사람에게 꿈으로 가는 길과 그 길을 안내하는 표지를 보여준다. 표지를 보고 길을 따라가면 꿈은 어느 새 현실이 된다. 소설 속에서 산티아고는 피라미드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고, 사랑하는 파티마에게 돌아갈 수 있다. 사실 이는 너무 뻔한 이야기라서 내 마음을 거의 흔들어 놓지 못했다.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연금술(alchemy)은 무엇인가 화학을 공부하다 보면 연금술이 얼마나 허황한 믿음에 매달렸는지 저절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다. 연금술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alchemy`와 화학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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