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이 1966년 발표한 줄 은 과녁 , 매잡이 , 시간의 문 등과 함께 소위 ‘장인(匠人) 계보 소설’ 혹은 ‘예술가 소설’로 불려왔다. 특히 이들 소설에서는 단순히 문화자본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예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를 추구하는 주인공의 삶과 집념 등이 형상화되어 나타났다. 줄 에서도 역시 줄타기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충실히 지켜나가려는 허씨 부자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그들은 줄 위에서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를 두고 소설 속의 사람들은 그들 부자가, 특히 아들 허운이 승천(昇天)했다고 떠받들게 될 정도로 줄타기에서 만큼은 명인이었다는 해석을 내린다. 소설 속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 관련된 연구 논문을 찾아보아도 이와 유사한 논지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이 ‘줄’이라는 민속 기예, 혹은 예술에 초점을 맞춰 허씨 부자가 지켜려 했던 예술과, 줄타기라는 운명을 받아들임으로서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그들의 삶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그들이 모두 줄에서 죽고 만 것은 운명에 의한 것이었고, 그러기에 그들의 삶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허씨 부자가 줄타기 운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많은 연구에서는 놓치고 있고, 소설 속의 인물들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운명의 이름으로 정당화된 허씨 부자가 저지른 폭력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과연 운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만들어진 것이라는 데에 전제를 두고 논의를 시작하려한다. 사라질 위기에 있는 전통 예술을 지켜가고자 했던 허씨 부자의 집념과, 그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줄 위에서 죽음을 맞이한 허씨 부자의 ‘승천’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사실 운명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했던 것인지, 또한 그들이 운명의 이름으로 저질렀던 폭력의 모습을 재조명해보려 한다.
...
· 해피레포트는 다운로드 받은 파일에 문제가 있을 경우(손상된 파일/설명과 다른자료/중복자료 등) 1주일이내 환불요청 시 환불(재충전) 해드립니다.
(단, 단순 변심 및 실수로 인한 환불은 되지 않습니다.)
· 파일이 열리지 않거나 브라우저 오류로 인해 다운이 되지 않으면 고객센터로 문의바랍니다.
· 다운로드 받은 파일은 참고자료로 이용하셔야 하며,자료의 활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다운로드 받은 회원님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안내
보고서 내용중의 의견 및 입장은 당사와 무관하며, 그 내용의 진위여부도 당사는 보증하지 않습니다.
보고서의 저작권 및 모든 법적 책임은 등록인에게 있으며,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저작권 문제 발생시 원저작권자의 입장에서 해결해드리고 있습니다. 저작권침해신고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