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1)
발끝으로 느껴지는 미세하고 커다란 진동, 바깥에선 어떤 소리들이 나고 있는 걸까 기차 안은 아주머니들의 시끌벅적한 목청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내 눈엔 꼭 창문 크기만큼의 바깥 풍경이 지나가는 듯 했다. 용산 행 무궁화호의 식당 칸이었다. 그 안에는 웬 여인이 잔뜩 쓸쓸한 낯빛으로 무언가 끄적이고 있었다. 듣고 있는 곡이 슬픈 건지, 누군가와 쓰디쓴 결별이라도 한 건지 자못 심각한 표정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휑한 들녘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기차는 흔들고 나는 흔들린다’는 사실을…….
도대체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 저마다의 목적지가 있을 것이다. 나는 줄곧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인사동, 언젠가 그곳에 다녀온 친구들이 신기한 볼거리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내게 한번 가보라고 권했었다. 그러나 그게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 토요일 아침, 알람시계도 잠재운 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는데, 문득 ‘오늘은 뭐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기념으로 잔뜩 빌려놓았던 책을 읽을까, 아니면 연습 중인 피아노곡의 완성도를 높여볼까, 집에 다녀올까 등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떠올려봤지만 어느 하나도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내게 늘 익숙한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나의 행동반경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그래서 누구의 시선에도 괘념치 않을 수 있는 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그래, 인사동으로 가는 거야!’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될 테지만, 나는 혼자 가는 쪽을 택했다. 구경할 것이 많다니, 혼자서 다니는 게 편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누군가와 함께 하면 그 사람을 배려하느라, 내가 좀 더 관심 있는 분야를 충분히 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그 커다란 고철덩어리 속에 있자니 새삼 나이를 먹어간다는 걸 깨달았다. 흰 머리 지긋한 어르신이 들으시면, ‘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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