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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이슈]미디어 중독


카테고리 : 레포트 > 기타
파일이름 :090416111124_.jpg
문서분량 : 1 page 등록인 : etnews
문서뷰어 : 뷰어없음 등록/수정일 : 09.04.15 / 0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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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이슈]미디어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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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셜 매클루한은 옳았다. 미디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바꾸는 인간의 확장이다. 현대인은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온갖 미디어를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애용한다. 일년을 통틀어 인터넷, 휴대폰을 쓰지 않는 날은 거의 없다. 우리는 미디어를 도구로 쓰는 차원을 넘어 하루종일 미디어에 중독돼 살고 있다. 일상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은 미디어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확대될까.
 
 현대인이 하루종일 접하는 시각정보 중 자연광을 받는 현실세계의 비중은 기껏해야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니터를 통해서 다른 시·공간의 이미지를 쳐다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사무직 근로자는 직업상 하루 평균 6∼7시간을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보낸다. 여기에 출퇴근 시 지하철에서 DMB 시청, PMP로 영화보기, 택시 탈 때 운전석 TV 쳐다보기, 러닝머신에 붙은 모니터, 컬러 전광판의 뉴스속보까지 더해보자. 집에 돌아와 HDTV를 시청하거나 전자게임기로 노는 시간까지 대충 합해보면 놀랍고 어이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주변의 진짜 현실보다 모니터를 통한 가상세계를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모니터를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이라 지칭한 삼성SDI의 광고카피는 너무도 정확한 표현이다.
 지금부터 20년 전, 1989년의 평범했던 일상을 기억해보자. 집집마다 컬러TV가 보급됐다. PC통신이 시작되면서 컴퓨터 보급에 탄력이 붙고 있었다. 시민들의 TV 시청시간은 길게 잡아도 평균 3시간대에 불과했다. 젊은 층이 주도한 PC사용은 아직 미디어 통계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 시절에 우리가 접했던 시각정보 중에서 현실세계는 대략 80%, 미디어를 통한 가상세계의 비중은 20% 내외에 그쳤다. 불과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현대인은 미디어가 없는 세상을 상상도 못할 정도로 삶의 방식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요즘 사람들의 미디어 소비형태를 보면 중독이란 표현을 붙여도 전혀 과하지 않다. 인간은 미디어를 도구로 사용하는 단계를 벗어나 미디어가 인간을 조종하는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추세를 입증하는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나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달 이용자 중심의 방통융합성과 분석방안에 관한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관심을 끈 대목은 네티즌의 미디어 활용실태에 대한 온라인 조사결과였다. 설문조사는 통계청 인구구성비율에 따라서 만 10∼54세의 남녀 네티즌 516명을 표본집단으로 구성하고 지난해 11월 미디어 활용실태를 웹문서로 온라인 상에서 조사했다.
 KISDI가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하루 24시간 중에 수면과 식사 등의 필수시간은 평균 7시간 39분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16시간 21분을 일상활동시간으로 간주했다. 유무선 통신망을 이용하는 ‘인터넷과 모바일(디지털 미디어)’은 전체 일상활동시간의 52.5%인 8시간 35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TV, 라디오, 유선전화 등 전통 미디어는 23.7%인 3시간 52분으로 조사됐다. 두 부류를 합친 온라인 미디어 이용도와 의존도는 전체 일상활동시간의 76.2%인 12시간 27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활동에 이용되는 미디어의 구성을 보면 데스크톱PC를 통한 고정형 인터넷이 6시간 53분(42.1%)으로 가장 높았고 TV 시청이 2시간 23분(14.6%), 휴대폰과 노트북PC 등 모바일(10.4%), 유선전화(5%), 라디오(4.1%)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의 실제 활동은 약 3시간(18.6%), 신문 잡지는 5.2%에 그쳤다.
 설문조사를 종합해보면 전기를 이용한 온라인 미디어가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3에 달한다. 라디오, 전화기, 휴대폰과 같은 청각미디어를 제외한 TV, 인터넷 등 시각미디어의 비중은 60%다.
 진짜 현실이 아닌 미디어로 다른 세상을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네티즌이 미디어 소비에 막대한 정력을 쏟는 반면에 실제 오프라인 활동에 쓰는 시간은 3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사람을 만나거나 정보를 찾고 쇼핑을 하는 오프라인 활동시간은 분명히 과거에 비해서 크게 줄었다.
 KISDI는 첨단 미디어 기술의 발달이 오프라인 활동수요를 감소시킨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설문조사를 시행한 KISDI의 유지연 책임연구원은 “인터넷,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는 분명히 일상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정보를 찾아서 이동하는 오프라인 활동의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미디어 기술이 발달되면 교통수요가 현저히 줄어들고 실제로 개인의 오프라인 활동시간은 더욱 감소할 것이다. 이는 심각한 비만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설문조사는 미디어 활용도가 높은 네티즌만 대상으로 했기에 국민 전체의 미디어 소비패턴으로 간주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닥쳐올 미디어 소비패턴을 앞서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미디어 중독 현상은 굳이 디지털 폐인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시민에게 퍼지고 그 양상은 심해질 것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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