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원으로 쓰이는 강이나 하천이 오염된 사실을 아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환경관리공단에 따르면 페놀과 같은 유독 물질이 강으로 흘러들어 확인될 때까지 당국이 확인하는 데는 보통 2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그것도 당국의 수질 모니터링에서 확인되지 않고 악취에 의해 민원이 발생한 뒤에야 발견된다면 훨씬 오랜 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사고, 2000년 미군부대 한강에 포르말린 무단방출 사건, 2008년 구미취수장 페놀·포르말린 유입사건 등 대표적인 식수원 오염 사고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실시간 오염 감시시스템만 갖췄다면 사전에 충분히 차단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4대 강 살리기에 IT를 접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처럼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비단 수질감시뿐만 아니라 홍수 예방, 첨단 수변공간 조성 등 IT를 접목할 수 있는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최근 들어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IT 접목하는 방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범 부처 차원에서 준비 중인 ‘IT기반 녹색성장 전략’에도 이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강 살리기에 친환경 IT가 대거 도입돼야 진정한 ‘녹색뉴딜’의 대표사업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치수 비용절감 효과 ‘백미’=4대 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와 가뭄 대처, 수질개선, 친수공간 확보 등을 목표로 기획됐다. 특히 최근 이상기온으로 홍수피해가 급증하면서 4대 강 치수능력 향상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970년대 연평균 1700억원에 불과하던 연간 홍수피해는 최근 2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른 피해복구비만 4조2000억원, 치수사업비가 1조1000억원으로 모두 연간 8조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하천 준설을 통해 물길을 넓히고, 제방 보강공사가 그만큼 중요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4대 강 정비 사업은 단순한 토목공사뿐 아니라 첨단 IT를 활용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제방에 RFID/USN 기반의 센서를 설치해 안전도를 실시간으로 측정, 대규모 홍수로 인한 제방 붕괴나 월류를 사전에 감지해 주민을 대피시킨다면 연간 2조7000억원에 이르는 피해액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계현 인하대 교수는 “국토부에서는 이미 ‘차세대 홍수 방어기술 개발 사업’에서 이 같은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4대 강 살리기에 이를 접목해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안전, 경제성보다 중요=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진섭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부산과 대구의 간이상수도가 각각 9.6%, 4.7% 오염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순 의원이 밝힌 포항 간이상수도는 무려 25%가 수질오염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이 때문에 4대 강 살리기는 치수비용 절감과 같은 경제적 효과에 앞서 국민 안전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질 오염 방지의 핵심은 촘촘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다. IT를 활용한 수질감시시스템은 이미 활용되고 있다. 하·폐수 종말처리장 및 폐수 배출업소의 방류 라인에 설치된 자동측정기기와 환경관리공단의 수질관제센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수질오염물질을 24시간 상시 감시하는 ‘수질원격감시체계(TMS)’가 대표적이다. 환경부는 물을 1일 200㎥ 이상 배출하는 1∼3종 배출업소와 공동방지시설에 대해 수질자동측정기 부착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장치에도 오염 물질이 심심찮게 하천으로 유입돼 4대 강을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방류 라인 감시체계의 허점을 이용해 오염 물질을 몰래 버리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4대 강 지류 곳곳에 수질을 자동으로 감시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체계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시간 수질감시체계는 사전 감시와 함께 오염사고 발생 이후 오염범위 확인, 취수중단 등 사후에도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변 공간 활용 극대화=아름다운 수변공간을 만드는 것도 4대 강 살리기의 또 다른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천혜 자연환경인 4대 강 수변을 잘 정비하면 관광상품화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검토 중인 친환경 LED를 활용한 하천 주변 지능형 경관 조명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색찬란한 LED로 꾸며진 4대 강 야경은 ‘IT강국’에 걸맞은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수변 공간 곳곳에 미디어보드를 설치해 관광·상업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디지털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구축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4대 강 유역이 이로써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성조 한국정보과학회장은 “4대 강 살리기가 단순한 토목공사를 넘어 수질감시시스템과 홍수 범람이나 시설물 안전 관리를 위한 지능형 재난관리시스템 등과 연계되면 경제성은 물론이고 국민 안전 향상에서도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건축·토목 분야와 IT·SW 분야 간의 연구가 미흡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는 사례도 많은만큼 이들 전문가그룹의 교류도 매우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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