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의 불신시대 감상
이 소설은 9·28 수복 전야에 유엔군인 남편을 잃은 진영이라는 여성의 힘겨운 삶이 중심 내용이다. 의사의 무관심 때문에 외아들 문수가 죽고, 중들은 돈을 좇아 종교를 팔고, 병원에서는 치료약의 함량을 속이며, 곳곳에 사기꾼들이 득실거리는 현실에서 진영은 외로움과 무기력함을 느끼며 이 시대를 불신한다. 그러나 아들의 위패를 불태우는 행위로써 현실의 폭력성에 대결코자 한다.
`불신 시대`라는 제목이 밝혀 주듯이, 주인공 진영을 둘러싼 사회 현실은 모두 그녀를 기만하고 배신한다. 특히, 그 지독한 배금주의는 그녀로 하여금 생존 자체에 대하여 환멸을 느끼게 한다. 그리하여 끝내는 아들의 위패를 태우게 되는데, 아마 그녀는 아들의 영혼이 이 썩어빠진 세상에서 영원히 떠나기를 바랬기에 그런 매몰찬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때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렇지, 내게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다. 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 그녀에게 이 위패를 태우는 범상치 않은 행위는 쓰라린 과거를 의식 속에서 지우는, 그리하여 새로운 인간적 면모로 세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비록 실천적 행위를 통하여 시대 상황을 부정하고 거부하며 해결책을 찾으려는 모습은 보여 주지 못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 내에서 내면적으로 대결 의지를 다진다는 점에서 한 여인의 한계와 상황 극복의 결의를 동시에 읽을 수 있다.
다만, 이 소설에서 아쉬운 점은 여러 가지 사건과 상황 전개가 주인공 진영 개인의 체험과 의식으로만 제시된다는 점이다. 환경과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피해 의식과 감상주의에 치우쳐 있어서 소설의 마지막 독백, `그렇지, 내게는 아직......`이라는 대목은 개인적 차원의 자기 설득이요 다짐일 뿐 공감대의 형성에는 한계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불신시대 는 1957년 8월 현대문학 32호에 발표하여 제3회 현대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사회 구성원들의 이기심으로 가득 찬 사회악과 위선의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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