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공략할 시장도 많지만, 가까운 일본과 중국이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소프트웨어(SW) 시장이다. 거리가 가까워 시장 조사가 쉽고 밀착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은 우리 기업에 가장 큰 장점이다. 또 문화적으로도 비교적 친근해 시장 특성을 빠르게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게다가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큰 SW 시장이다. 무형자산인 SW에도 제값을 주는 문화가 그만큼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SW 정책과 글로벌 SW 기업의 진출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지만, 시장만큼은 어마어마하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다. 한국SW진흥원이 실시한 권역별 SW 수출액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권역은 전체 수출액의 3분의 2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중국이 아·태 권역 수출 규모의 대부분을 점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미 수출 SW 기업의 상당수가 두 나라에 진출한 셈이다. 하지만 아직 두 시장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일본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IT 인력 부족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겪는 동안 IT 인프라 구축이 더뎠던 탓에 새로 시스템을 일구는 데도 큰 투자가 일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들이닥친 가운데에서도 지난해 SW 산업 규모가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으며, 올해도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바다 건너 낯선 나라의 문을 두드리는 업체들이 가장 먼저 주목할 대상이 일본·중국인 것은 놀랍지 않다. ◇일본, IT가 꿈틀거린다 = 일본도 세계 경제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일본 휴대폰 시장은 급격히 냉각되기 시작했으며, 도요타 자동차마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 설문조사에서 일본 기업 CEO의 94%는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고 답해 이들의 불안감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에 일본은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이다. J-SOX를 비롯한 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IT 시스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일본식 디지털 뉴딜에 국고를 풀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향후 3년간 IT 분야에 3조엔(약 48조원)을 투자해 40만∼50만명의 고용을 신규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방안으로 발표된 IT 신전략 ‘3개년 긴급플랜’은 의료 현장의 IT 환경 강화·IT 인재 양성·전자행정 추진·환경 대응형 신산업의 창출의 4개 역점 분야를 담고 있다. 모두 SW 인프라를 구축해야 달성 가능한 사업이다. 해외 사업에서 앞다퉈 돌파구를 찾고 있는 우리 IT 서비스 업체들은 더더욱 일본 시장을 주시해야겠다. 일본의 민간조사업체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일본 IT 아웃소싱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3조엔대를 돌파해 3조969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IT 아웃소싱이 업무 효율성 향상과 더불어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IT 아웃소싱 시장은 연평균 6.3%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SW가 핵심인 보안·치안·방재 관련시장도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후지경제는 2011년 일본 보안·치안·방재 관련시장 규모는 8505억엔으로, 2007년 대비 51%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발자들이 땀흘려 개발한 기술 지키기에 정부가 나서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특허청은 올해 초 무형의 SW를 특허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특허법을 전면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유형자산에 한정했던 특허 대상에 무형자산이 더해지면서 SW가 보호 대상에 포함한다. 특허청은 특허법을 개정해 기술 개발 및 혁신을 촉진하는 한편, 기업의 지식재산권 전략 수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개발에 투자한 만큼 지킬 수 있는 수단이 생기게 되면 일본 시장에 진출한 우리 SW 업체들의 투자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강태헌 이너비트 사장은 “일본도 경기 불황 영향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새로 도입해야 할 IT 시스템 관련 제도가 시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의 LM(Legacy Migration) 시장도 주목할 요소다. LM은 기존 구형 시스템을 신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근근이 유지해오던 시스템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돌리기가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LM 수요가 발생했다. 더욱이 2007년 들어 베이비붐 시대(1947∼1951년생) 인력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기술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기업경쟁력 하락 문제도 터져 나왔다. 일본IDC에 따르면 2007년부터 활성화하기 시작한 LM 시장은 내년부터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향후 5년간 연평균 60%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이 폭발할 전망이다. ◇중국 SW시장, ‘뜨거운 열기’=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기 불황에도 중국의 SW 산업은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SW 시장은 857억3800만위안으로 이 또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올해 중국 SW 시장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1000억위안(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투자자문사 싸이디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에도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 SW 시장은 올해 지난해보다 16% 성장한 996억8000만위안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싸이디는 거시경제 성장은 더디겠지만 중앙정부가 4조위안(약 800조원)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2대 정보화사업이 추진되면서 정보화 관련 사업이 늘어나 SW 시장도 이처럼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SW 업계는 최근 후롄왕 등을 비롯한 많은 업체가 고성장 영역으로 세력을 확장하거나, 외주업체로 변신하는 등 업무영역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 SW 업체들이 틈을 비집고 들어갈 자리도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지원 사업을 노려라=지식경제부와 한국SW진흥원은 2007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수출 선도기업과 유망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3개 컨소시엄에 멘토링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선도기업의 해외진출 노하우를 전수받고, 품질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는 데 정부가 소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중국·일본에 새롭게 수출 문을 두드리는 업체라면 수출 멘토링 사업을 눈여겨볼 만하다. 품질개선과 현지화 공동작업 지원을 목표로 이루어진 멘토링 사업은 2007년 일본에 두 업체, 중국에 한 업체가 배당됐다. 이 사업으로 1억3000만원을 지원받은 문서보안업체 파수닷컴은 LG히다찌와 짝을 이뤄 히타치건기로부터 40만달러 계약을 따내며 승전보를 울렸다. 지식경제부는 참여 업체의 긍정적인 평가에 2008년 이 사업을 확대해 5개 과제에 총 8억원을 지원했다. 해당 부처는 올해 세부 지원책이 마련되는 대로 유망 중소기업의 수출 사업을 도울 계획이다. 김준연 한국SW진흥원 팀장은 “멘토링 사업은 수출을 원하는 기업이 현지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다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돼 확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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