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할 만큼 했다는 오해가 문제다.” 이번 추경 수립과정에서 IT 분야 홀대가 가시화되면서 정부의 정보화 몰이해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발표한 5년간의 국가재정운영계획 분야별 발표에서 정보화가 빠진 데 이어 이번 추경에서도 ‘디지털 뉴딜’ 예산이 기대 이하로 나오자 정부의 정보화 정책이 실종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았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에 대해 정권 핵심부에 IT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IT가 새 정부 정책에서 자꾸 멀어져도 이를 비판하고 바로 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새 정부가 이전 정부와 차별화로 전자정부의 효율과 활용을 주요 테마로 내세우면서 ‘효율화=예산절감’ 논리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황성돈 한국외대 교수는 이에 대해 “그동안 정보화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만큼 했다는 견해, 그동안 정부가 잘 추진해온 분야므로 앞으로도 잘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이 이 같은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번 추경 예산편성과정에서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가 공동으로 요청한 800억원 규모의 ‘전자문서 사업’이 전액 삭감되는 과정도 비슷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재정부는 전자문서 사업에 그동안 정부가 10년 가까이 투자해왔는데, 또 이 문제를 꺼내느냐는 식으로 비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간 추진하고도 가시적인 성과도 없는만큼 효율성 측면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셈이다. 새 정부 들어 학계 전문가들이 정책을 주도하면서 합리화 논리가 더욱 확산되는 추세라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IT 관련 협회 고위관계자는 “과거 공무원들이 정책을 주도할 때에는 일단 예산을 많이 확보해 일을 크게 벌이려는 마인드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교수 등 학계 인사가 그간의 정보화 예산 편성과 집행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합리화를 강조하다 보니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시스템을 효율화하자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철수 경원대 교수는 “정보화는 단순한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앞선 IT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가장 중요한만큼 투자가 당장 멈추면 행정의 혁신도 멈출 수밖에 없다”며 “기존 시스템의 효율화와 함께 새로운 투자도 계속 진행돼야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와 IT산업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혁 숙명여대 교수는 “그동안 효율화 논리가 이젠 정부가 할 만큼 했다는 오해로 변질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시대가 바뀐만큼 새로운 정보화 전략이 제시돼야 한국이 IT 강국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현실”이라며 “그동안 MB정부가 공유와 개방을 모토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화두를 던진 반면에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놓지 못해 공백이 있었던만큼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빨리 가시화되면 이 같은 오해도 크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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