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IT 기업들이 인수합병(M&A)에 눈을 돌리면서 M&A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IBM·시스코시스템스·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현금이 풍부한 공룡 IT 기업들이 파상적인 기업 인수 사냥을 시작했다. 최악의 경기 침체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자 헐값에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다 다양한 영역으로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M&A시장 해빙기 도래하나=IBM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 협상 보도가 나간 지 이틀만인 20일(현지시각) 시스코시스템스가 ‘플립 미노’ 캠코더로 대박을 터뜨린 디지털 캠코더 업체 퓨어디지털을 5억90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홈엔터테인먼트 가전 분야로 영토를 확장한 시스코의 전략적 선택이다. 시스코는 295억달러의 풍부한 현금을 보유해 올해 추가 기업 인수 가능성이 높다. 같은날 지난해 결렬된 MS와 야후와의 결합 가능성에 불을 지피는 소식도 들려왔다. 블룸버그·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스티브 발머 MS CEO가 최근 “여전히 야후 검색 사업 인수에 여전히 관심이 있으며 적당한 시기에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HP의 컴팩 인수 이후 가장 큰 빅 이슈가 될 IBM-선 합병이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고 전했다. 비록 중소업체이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만 12개 SW 기업을 사들인 ‘쇼핑광’ 오라클도 추가로 M&A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싼 값에 실속 챙기기=공룡 IT 기업들이 M&A로 눈을 돌리는 것은 불황으로 싼 값에 원하는 기업을 합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2000년 초 닷컴 붐 시절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기업가치는 천문학적 수치인 2050억달러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거론되는 IBM과의 협상가는 65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같은 좋은 기회를 현금 동원력이 막강한 대형 업체들이 놓칠 리 없다. 팩트셋리서치에 따르면 시스코 외에 애플(256억달러), MS(207억달러), 구글(159억달러), IBM(129억달러)·인텔(118억달러)·오라클(106억달러) 등이 충분한 ‘총알’을 보유했다. ◇위험 분산으로 위기 대응=올해 IT M&A 활성화를 점치는 또다른 이유는 경기 침체 속에 다양한 사업 분야로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HP는 EDS와의 결합으로 취약한 고리인 컨설팅·서비스 영역의 체력을 보완했다. 오라클도 BEA시스템스를 사들이면서 미들웨어 부문을 강화했다. IBM은 지난 2002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 지난해 코그니스(BI) 인수에 이어 올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를 타진하면서 위기 상황에도 건재할 힘을 기르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 IT 기업간 신사업 진출로 영역 파괴가 가속화하면서 더 이상 한 우물만 파선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컨설팅 기업 컴퍼스어드바이저스의 필립 키빌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바닥이 가까워졌으며 M&A도 예상보다 빨리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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