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70년 7월 7일. 대한민국의 경제·산업·문화·물류의 대동맥으로 그 가치를 굳건히 하고 있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됐다. 자가용이라는 것이 일반인의 생활과 괴리감이 있던 당시 분위기상,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기껏해야 하루 몇 대나 굴러다닌다고, 자동차 다니는 길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지.’ 하지만 냉담했던 반응은 자가용이 일반화되면서 사라졌고, 정부의 육성 정책에 힘입은 자동차 산업과 시장의 급성장으로 경부고속도로는 땜질식 확장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21세기 경제·산업·문화·물류의 대동맥인 초고속 통신망 고속도로 구축도, 1968년 경부고속도로 착공 당시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 1998년 ADSL 구축 당시만 해도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젠 누구도 통신고속도로가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현재의 IT코리아 구축의 일등공신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통신 길이 뚫리자 그에 맞게 응용산업도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초고속인터넷 투자에 주춤했던 이웃나라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것과 대조적이다. 형태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한국은 초고속망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정보통신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면서도 “아쉬운 것은 커넥션은 세계 최고지만 제도적 문제로 우리 잠재력을 폭발시키는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2012년을 목표로 유무선 인터넷 속도를 지금보다 10배 이상 높여, 세계 최고 수준의 양방향 초광대역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상황이 배경이다. 방송통신 융합시대 개화를 계기로, 미래 애플리케이션 수요까지를 망라할 수 있는 초광대역 양방향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면 부가가치는 자연스럽게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다. 여기에 정부가 망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산업 육성을 적극 독려하면, 그 파급효과는 과거 초고속인터넷 시대와 비교할 수 없는 성장엔진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무선인터넷의 경우, 평균 속도가 지금의 10배인 10Mbps로 늘어나면 HD급 화질의 영상 콘텐츠를 이동하면서 시청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유관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확대되면서, 새로운 성장산업 모델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게된다. 방통위가 최근 확정한 방송통신망 고도화 계획(2009∼2013년)은 지난 1995년 수립한 초고속인터넷망 구축(1단계)과 2004년 광대역통신망 구축(2단계)에 이은 3단계 프로젝트다. 방통위 목표대로라면 유무선망 모두 현재의 10배로 속도가 높아져 △유선망은 1Gbps △무선망은 10Mbps의 속도가 구현된다. 이 정도 인프라면 방송사는 골프 경기 선수 한 명 한 명의 모습을 모두 촬영해 일시에 전송할 수 있어, 다양한 방식의 맞춤형 콘텐츠 제공이 가능해진다. 방통위는 △초고화질·실감형 양방향 TV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SoTV(Service over TV) 서비스’ △모바일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전화·인터넷·방송 등이 결합해 제공되는 다중융합서비스(MPS : Multiple Play Service) 등을 대표적인 양방향 초광대역 정보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창출 가능 서비스 모델로 꼽는다. 또 현재의 HDTV보다 4∼16배 선명한 고화질이 제공되는 UDTV(Ultra high Definition TV)를 통해 학습, 의료, 민원해결, 전자상거래 등의 고품질·양방향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의 이 같은 기대가 조기에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채찍’ 이상으로 ‘당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양방향 초광대역 정보고속도로 구축 계획을 밝히면서, 총 소요비용 33조1000억원 가운데 1조3000억원만을 책임지고 나머지 32조8000억원은 민간 투자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가 민간투자를 의무화·강제화할 수도 없고, 예산을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큰 그림은 정부가 그려놓되, 나머지는 민간 자율의 몫인 셈이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비전을 설정했으면 규제라는 채찍 외에, 투자유인이 될 최소한의 ‘당근’이라도 제시해야 한다”며 “IT산업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만 몰아가는 지금의 분위기에서 업계가 지게 될 수조원대의 리스크는 너무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와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규제와 진흥의 창구는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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