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가을 A+ 서평
. 들어가며
《중세의 가을》의 저자 호이징가는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와 함께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살았던 최초의 르네상스기 문화사학자로 꼽힌다. 인간의 문화적 특질에 맞춰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으로 규정한 ‘호모 루덴스’의 저자이기도 하다. 호이징가는 공식 자료 너머에 있는 다양한 개인기록과 연대기를 바탕으로 살아있는 중세를 눈앞에 동영상 틀 듯 생생하게 보여준다.
“중세의 삶은 두 극단을 왔다갔다한다”
현대인에 비해 감성이 유난히 발달했던 그들은 쉽게 감동하고, 쉽게 절망했다. 잔혹 아니면 무한한 애정 둘뿐이었다. 그들이 좋아하는 종교행사 때는 “할 수만 있다면 모두 촛불이나 횃불을 들었고 수많은 어린이들까지 합세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형 집행이 거행되었다. 교수대의 광경이 주는 잔인한 흥분과 거친 연민은 민중의 정신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도덕적 선도라는 명목의 잔인한 광경이었다.” 중세는 당파심의 시대였다. 그들은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사람들이 자기 파벌과 영주에게 바친 그 맹목적 정열은 부분적으로는 중세 특유의 그 확고한 정의감의 표현이었다.” 그러면서 그 정의감은 동시에 복수에의 요구였다. 여기에는 교회도 가세했다. “교회는 복수에의 요구에 죄에 대한 증오심을 가중시키면서 정의에의 요구를 과장했다”
중세인들에게는 정의란 자칫 독선이 될 수도 있다는 겸손함이 없었다. 호이징가는 중세와 현대의 차이를 이렇게 말한다. 중세인들은 완화된 책임 개념이며, 누구라도 과오를 범할 수 있다는 감정이며, 또 사회가 공모자라는 생각이며, 벌주기보다는 선도하려는 마음 등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힘없이 이런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일반 백성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자신의 운명과 자기 고장의 운명을 학정과 착취, 전쟁과 약탈, 기근과 페스트의 연속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미 포스트모던의 정체를 ‘새로운 중세’라고 부른 움베르토 에코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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