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 서평
. 들어가며
세 살 생일에 오스카는 `어른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성장을 멈추기로 결심한다. 고작 97센티미터에 불과한 키 때문에 누구도 그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없다. 20세기 초 가장 비극적이며 추잡한 사건의 현장범이지만 그는 어떤 혐의도 받지 않으며, 그래서 가장 냉정한 관찰자다. 양철북을 든 것은 오스카이지만, 소설 속 ‘나’이기도 하고, 오스카가 성장을 멈춘 1927년에 바로 그 단치히에서 태어난 귄터 그라스 자신이기도 하다. 작가가 묻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 세기를 함께 살아온 우리는 1900년대의 광기로부터 자유로운가 앞으로 살아낼 또 한 세기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양철북’은 1899년, 오스카의 할머니 안나 브론스키가 감자밭에서 떠돌이 남자를 자신의 네 겹 치마 밑에 숨기는 데에서 시작된다. 20세기는 19세기와 연결되고, 20세기는 다시 귄터 그라스를 통해 21세기로 옮겨진다. 20세기 마지막 노벨문학상은 수상자를 제대로 찾은 셈이다. 양철북은 전후 독일 소설 중 최대의 스케일을 가진 서사적 교양소설로 주인공 오스카의 어리석고 고집스런 듯한 시각을 통해 단찌히를 중심으로 한 여러 사건과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천상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 오스카는 3세 때 추락사고를 당해 성장이 중지된 불구자다. 작자 권터 그라스는 이 오스카를 화자로 하여 나치스를 악마적 형상으로 부각시키고 이 악마적 형상을 제한시키면서 소시민적 삶에 내재하는 작은 진실들의 가치를 인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59년에 발표되어 온 유럽을 떠들썩하게 한 양철북은 작가 권터 그라스를 문제의 작가로 독일 전후 소설문학의 명예 회복자로 만들었으며 79년에는 영화화되어 칸느 영화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여 또 한차례 선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권터 그라스에게 있어서 1959년과 1979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로 평가된다. 이 해는 또 약 10년 간의 정치적인 저작 활동으로부터 다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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