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의 구조 감상평
. 토마스 쿤과 현대과학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일반적으로 과학적 지식이 축적적이며 과학적 방법의 체계적 적용이라고 생각한 기존의 틀을 깨버린 책이다. 과학적이고 경험적인 명제들은 경험에 의해 확증되거나 반증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과학적 이론은 이성적이며, 그 지식은 축적적이며 객관적이다 라고 하는 과학에 대한 이러한 생각이 바로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통해 급격하게 변모한다. 쿤에 의하면, 과학의 역사는 과학적 지식이 축적적이며 점진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혁명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에서 뉴톤적 물리학에로의 전환은 점진적인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패러다임을 다른 패러다임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문제에 직면할 때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나고, 그것은 사물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해 준다. 정상과학은 단지 이러한 패러다임 안에서 문제 해결의 과정에 불과하다. 때때로 쿤은 과학적 이론으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하고 있는 세계의 실재를 거부하는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쿤은 실재론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탈실증주의적 과학철학에 대한 비판적 논쟁의 주제이다. 과학혁명의 구조에 대한 쿤의 주장을 용인한다고 해서 이것으로부터 실재론에 대한 부정은 도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과학적 방법의 다양성을 용인하지만, 그러나 과학적 방법에 그 어떠한 이성적 제약이 없다는 주장을 용인하지는 않는다. 쿤의 주장은 실증주의적 과학관뿐만 아니라 초기 분석철학관에 변화를 가지고 온다. 논리적 실증주의가 그랬듯이 통일과학이나 단일한 과학적 방법을 추구하는 철학자들은 별로 없다. 나아가 쿤이 강조한 것처럼 과학철학은 과학의 역사나 구체적인 과학적 실천에 더욱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가령 양자역학에 대한 토론, 벨의 정리에 대한 토론 등은 물리학의 문제가 끝나는 곳에서 비로소 철학적 탐구가 시작된다는 전통적 생각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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