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하는 우리나라 메모리 산업을 겨냥한 미국·일본·대만 연합군이 결성된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한국과 다국적 연합군의 양자 대결 구도로 전면 개편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업체는 연합군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승부를 낙관했다. 4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대만의 메모리칩 6개사를 통합하는 반도체 산업의 ‘빅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치밍 대만 경제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 개편 차원에서 추진하는 국가 주도의 D램 업체 설립과 관련해 모든 업무를 총괄할 전문가를 이번 주에 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칩 6개사는 난야·이노테라·파워칩·렉스칩·프로모스·윈본드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 주도의 지주 회사를 설립 한 후 자국 D램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것이 구조 개편의 핵심 골자다. 개편안에는 일본 엘피다, 미국 마이크론과의 제휴도 포함된다. 6개 대만 반도체 회사와 엘피다·마이크론의 D램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41.9%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점유율을 합친 49.4%에 육박하게 된다. 대만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은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된다. 구제자금 일체를 엘피다-파워칩 진영 또는 마이크론-난야 진영에 몰아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양 진영에 일정 비율로 나눠주는 형태다. 대만 정부는 양 진영의 제안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피다와 난야·프로모스·렉스칩 등 대만 3사의 통합 안의 핵심은 지주회사 형태를 통해 4개 회사가 경영권을 공동 소유하고 영업망도 통합하는 것이다. 엘피다는 또한 통합 조건으로 대만에 연구개발(R&D)센터 설립도 제안했다. 마이크론(대만 난야·이노테라)은 자사가 보유한 1만7000개 특허 가운데 2000개를 공유하는 것을 비롯해 대만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합작개발 모델’ 통합안을 제시했다. 특히 엘피다가 D램 기술만을 이전하는 데 비해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 기술도 이전하는 것을 제안, 대만 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이 같은 움직임에 여유를 보였다. 엘피다-파워칩 진영과 마이크론-난야 진영에 각각 구제자금을 지원한다 해도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통합 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엘피다 진영 D램 점유율은 15.2%, 마이크론진영 D램 점유율은 18.7%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30.3%, 하이닉스가 19.1%로 1, 2위를 각각 점유했으며, 50나노 등 미세공정에서 1년 가까이 앞서 D램 업계 구조 개편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업계의 구조조정은 되레 시장 내 업체 수가 줄어들어 삼성전자·하이닉스 쪽에서는 ‘위협’이 아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대만을 중심으로 한 합종연횡이 정말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기본적으로 삼성, 하이닉스에 비해 기술이 한 세대 뒤지는 그룹”이라면서 “과거 LG-현대 합병 시에도 새 기술이 나오는 데 1년 반이 걸렸듯이 합종연횡으로 기술 개발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만 낭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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