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그래도 타산업군보다 LCD쪽이 가장 먼저 살아나는 분위기다. 지난달부터 늘어나는 물동량을 보면 최소한 작년 10월 수준은 된다.”(한 중견 부품업체 대표) “지난 몇달간 세트(노트북·모니터·TV) 업계의 혹독한 재고 조정 여파가 LCD 패널 업계를 완전 탈진 상태(대규모 감산)로 몰고 갔다. 지금은 세트나 LCD 패널 모두 재고가 소진되면서 최소한의 재고를 비축하려는 정도일 뿐이다.”(삼성전자 관계자) 우리나라 최대 주력 산업인 LCD 패널 업계가 지난달부터 빠른 회복 기미를 보이자 향후 시장 전망에 업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폭락을 거듭했던 LCD 패널 가격이 안정을 되찾았고 한국·대만 업체들이 가동률을 높여가면서 외견상 나아지는 분위기지만, 아직은 시장 실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이 많다. 특히 본격 성수기 진입을 앞둔 이번 한 달간 시장 추이가 올 한해 시황 회복 여부를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동향은 물론 가동률, 설비투자 등에 이르기까지 올해 LCD 패널 전후방 산업의 모든 이슈가 결국 ‘시황’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중론 대세=연초 LCD 패널 가격 하락세가 멈춘뒤 지난달부터 출하량도 완만히 늘어나자 최근 성급한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하반기이후 세트 업계에서 시작된 대규모 감산·재고조정의 여파가 결국 LCD 패널 재고를 완전히 떨어낸 결과일 뿐이라는 시각이 중론이다. 중국의 가전하향 정책이나 미국 수퍼볼 등 일부 수요도 있었지만, 대세는 LCD 패널 재고가 바닥난 탓에 최소한의 비축 물량을 확보하려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비축 생산’이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이미 지난 연말부터 패널 가격은 더이상 떨어질데가 없는 수준까지 내려왔다”면서 “현재 출하량 회복세는 4월이후 실물 수요가 어느정도 살아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갑작스런 주문에 대비하려는 재고 비축의 이유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가동률·출하량 증가세가 마치 시황 회복인 것처럼 비쳐질 수 있는 착시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현재 실물 수요가 살아나는 조짐은 전혀 발견할 수 없다”면서 “재고 비축을 위해 이달까지는 출하량이 늘어날 수 있으나 향후 시장 수요 회복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LG 등 국내 패널 업체들이 더욱 돋보이는 데는 환율 효과 등으로 인한 일종의 착시 현상도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1,2위의 양산 경쟁력도 한 몫하지만 올 들어 고환율 양상이 지속되면서 아사 직전에 내몰린 대만 업체들에 비해 적지 않은 후광효과(가격경쟁력)를 톡톡히 입고 있기 때문이다. ◇3월 분수령=향후 실물 수요가 뒷받침되는 시황 개선으로 이어질지, 재고 조정에 따른 일시적인 회복세에 그칠지 여부는 결국 향후 한달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통상 LCD 패널 시장 주기를 보면 전세계 IT 시장 수요에 맞춰 4월께면 성수기로 진입, 사실상 2분기가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다. 시장 수요를 대비한 세트 업체의 LCD 패널 주문도 3월부터 본격화한다. 지난해 LCD 패널 공급 부족 현상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도 4월부터였다는 점에서 이달부터는 출하량 변화의 조짐이 보여야 하는 것이다. 안 사장은 “LCD 패널 외곽산업이 좋지 않고 여전히 이렇다할 시장의 모멘텀을 발견하기 어렵다”면서 “이달말 내달초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LCD 패널 업체들의 실적은 물론이고 전후방 산업 전반의 사이클을 좌우하는 가격 동향, 출하량, 설비 투자 등 주요 변수들이 모두 이달부터 ‘시황’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로선 올해 신규 투자는 보완 정도로만 단행할 것”이라며 “그러나 실물 수요가 살아나는 조짐이 보이면 당장 올해라도 차세대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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