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력’의 이론적 가치는 산업현장에서 실천으로 옮겨져 ‘효과’로 이어질 때 극대화한다. 책장 속에서 나와 산업계에 제대로 쓰이는 이론이어야, 변화를 불러올 수 있고 작은 변화가 뭉쳐 거대한 물결로 발전하게 된다. 국내외 상생협력 이론도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실천적인 대안일수록 산업계의 울림이 크다. 글로벌 상생협력 이론의 현황과 트렌드를 2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국민(국가)에게도 도움이 되는 상생협력.’ 언뜻 상생협력은 기업들끼리 주고 받는 ‘윈-윈’ 효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업들의 ‘윈-윈’은 결국 국민 삶의 질 향상,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져야만 그 목적을 완성하게 된다. 전 세계가 지독한 내수 위축과 수출 악화로 발버둥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위기 탈출을 위해 상생협력은 더더욱 국민과 국가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확산돼야 한다. 상생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의 매출이 살아나고, 이익이 커지는 것은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같은 산업구조에서 그야말로 경제회생의 최대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기업생태계가 복원되면 우리 경제의 자생력만으로도 위기 돌파는 가능해질 것이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손발을 맞춰,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기술기반의 제품 품질까지 높여 해외 수출규모를 늘려간다면 국가 경제 전체에 비타민이 될 것이다. 상생협력이 급락하는 수출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낸다면 그것 자체가 국민을 위하는 길이 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은 상생협력이 기업 간 ‘윈윈(WW)’을 넘어 국민에게도 도움을 주는 ‘3각 윈(WWW)’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원장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제로섬이 아닌, 외부성(externality) 효과를 키우려면 신기술·신공법 등 외부 작용과 영향이 큰 분야의 협력으로 심화, 발전해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생태계의 건강성이 높아지면 결국 국민에게도 기여하는 상생협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매년 에베레스트(세계1위 상품) 정복자들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은 7부 능선까지 치고 올라간 베이스캠프 덕이라고 비유한다. 베이스캠프는 수많은 기술개발과 시행착오를 거쳐 한발, 한발씩 전진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을 뜻하고 결국 정상 등극에 성공하는 공격조는 대기업을 뜻한다고 김 원장은 설명한다. 중소기업의 기술, 원가경쟁력이 높아질수록 우리 제품의 세계 1위 등극은 용이해질 것이고, 그것이 바로 국익으로 이어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남규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세계 각국의 경쟁 기조가 ‘수출 창출’에서 ‘지식과 혁신주도의 경쟁력 창출’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를 위한 대안이 상생협력에 있다고 주창한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선 선진국이 구축한 산업생태계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국가와 기업이 각기 다르면서도 밀접한 역할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는 상호작용을 해야 하고, 기업들 간에도 발전적인 상생협력을 통해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이끄는 첩경이 된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표/선진국과 후진국 간 기업생태계 차이 선진국 개발도상국 기업생태계들 사이에 중복이 존재하는 경우 빈번 기업생태계들 사이에 중복이 존재하는 경우 적음 기업생태계 구성 조직간 교류 활발 기업생태계 구성 조직 간 교류 미미 생태계내 개별 조직들의 경쟁력 수준 높음 생태계내 개별 조직들의 경쟁력 수준 낮음 개별 기업생태계의 규모가 큼 개별 기업생태계의 규모 작음 자료:박남규 교수, 2008 대중소상생협력 국제콘퍼런스
박스/IT산업 생태계 현황과 발전 전략 IT 강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 IT산업의 생태계 건강성은 어느 수준일까. 생태계 건강성을 나타내는 3대 지표인 생산성, 안정성, 시장 확장성 중 생산성, 시장 확장성은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IT산업 구조에서 최종 제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최상위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로 인해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장비 및 소프트웨어는 주로 외국 대기업으로부터 공급 받음으로써 뛰어난 생산성과 시장 확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부품 및 부가서비스 공급은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쟁을 통해 이뤄지고, 끊임없이 용역개발이 진행되면서 아랫단 협력업체의 안정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 산업생태계 속에서 △신기술·지식의 빠른 확산 △전문기술기업 많음 △신기술도입 증가 △신사업 증가 △동종업종 지식교류 활발 △기업들의 차별화 등이 건강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반면에 △높은 파산율 △신생기업 진입 저조 △이업종 간 지식교류 저조 △장수기업 적음 등은 적신호로 평가됐다. ◇IT제조업 “상생협력→해외시장 확대”=핵심부품업체(전체 부품업체의 상위 30∼35%)가 완제품 원가경쟁력의 60∼80%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이들 중소 부품업체의 경쟁력 제고는 곧바로 완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들 핵심 중소업체는 전체 산업생태계의 건강성을 결정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기 때문에 완제품 회사(대기업)가 이들 중소기업의 생산성·건강성·시장확장성을 높이도록 지원하는 것은 자기 생존 및 성장과 부합한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경제학·상생협력연구회장)는 “IT제품의 발전 주기(사이클)가 매우 짧아 고객만족의 제품 개발이 경쟁력을 좌우하는만큼, 기능강화, 새로운 디자인의 접목을 통해 시장 확장성을 키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핵심 협력업체의 기술과 부품,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고 채택하는 상생협력 노력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지금도 세계 선도권을 지키고 있는 우리 IT제조업이 상생협력의 날개만 더 한다면 점유율과 기술력에서 앞으로도 세계시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IT서비스 “시장 확장성이 성장 관건”=IT제조업과 달리 시스템통합(SI), 소프트웨어(SW), 무선통신서비스 등 IT서비스부문은 해외 플랫폼 의존형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해외보다 국내시장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 시장 확장성을 키우지 않으면 생태계 자체의 건강성도 계속해서 악화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또 생산성은 부가서비스 개발을 통한 수요 창출에 의해 결정되므로, 수요 확대가 없이는 생산성의 자발적인 향상도 불가능한 상황에 있다. 부가서비스부문의 생태계 건강을 위해 인수합병(M&A)이 중요한 과제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IT서비스산업 구조에서 말뿐인 상생협력이 아니라, 실질적인 상생협력이 진행돼야만 생태계 복원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내수에 꽁꽁 묶여 있는 수요를 해외까지 넓히고,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상생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기업을 중심으로 우선 수출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 교수는 “IT서비스 부문의 생태계 경쟁력을 확충하고, 국내 연관효과를 키우려면 장비보다는 핵심 SW에서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이를 앞세워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는 시장확장성 제고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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