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성장의 대표 산업으로 꼽히는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에 때 아닌 ‘지역색’ 바람이 불고 있다. LED 산업에 국가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관련 협·단체들이 영남과 호남지역으로 나뉘어 회원사 불리기에 나서는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LED 조명 보급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자금 지원과 산업 육성책을 내오면서 최근에는 이들 협단체와 함께 지역기반을 둔 일부 정치권 인사들까지 관심을 보이며 지역색을 부추기고 있다. 향후 국가적인 지원책이 LED 산업의 건전한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관련 협·단체들의 이권 개입을 막는 것은 물론 교통정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익단체, 영호남 대결= 지난해까지만해도 LED 업계에는 지난 2000년 설립된 광산업진흥회가 대표적인 이익단체였다. 지금은 146개 회원사를 거느리며 대표 단체로 커졌지만, 과거 정부 차원에서 광주 지역을 광산업 특화단지로 육성한 탓에 태생부터 ‘호남권’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여기에 LED 업계의 새로운 이익단체를 표방하며 등장한 곳이 지난해 10월 설립된 한국LED보급협회(회장 김기호)다. LED보급협회는 설립 인가후 불과 석달여만에 78개의 회원사를 끌어 모으며 빠르게 세를 확장했다. 회원사들은 수도권 소재 업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대구·경북 지역 업체들로 눈을 돌리면서 지역색을 확연히 구분짓고 있다. 지난달 영남대가 ‘LED-IT 융합산업화연구센터’를 설치하고 대구·경북 지역에 LED 특화 클러스터를 유치하기로 하자 이 지역 업체들을 대거 회원사로 모집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LED보급협회의 78개 회원사 가운데 호남지역 업체는 단 5개 뿐이고, 반대로 광산업진흥회의 경우 영남 지역 회원사는 6개에 불과하다. 수도권 소재 중견업체들은 두 단체에 동시 가입한 사례가 많지만 호남(진흥회)과 영남(협회)로 양분되는 모양새다. ◇정치색도 가미= 여기에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색마저 더해지고 있다. 김기호 한국LED보급협회 회장은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이고, 광산업진흥회 임원들도 광주지역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다. 특히 지난 5일 ‘대구·경북 LED-IT 융합산업 발전 비전 선포식’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최경환 의원 등이 함께 참석해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정치인과 협단체들이 지역 민심을 등에 업고 정부의 지원사업 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단체에 모두 가입한 한 업체 대표는 “지역 사업들에 참여할 수 있다면 나쁠게 없다는 판단에서 모두 가입했다”면서 “하지만 두 단체로 나눠지다 보니 업계의 공동 이슈에 대응하는 측면에서는 일부 혼선도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교통 정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강제적인 개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익 단체가 양분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지켜보겠지만, 정부가 직접 교통 정리에 나설 사안은 아니다”면서 “다만 각종 지원사업에서 관련 협·단체들이 이권을 얻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이동인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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