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문학과 독자 사이의 강한 연결고리는 소설의 진로와 관련된 추론을 전개하는 데에서 중요한 역할을 점하는데, 고전소설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독자 문제는 늘 고전소설을 둘러싼 논란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설공찬전 이 쓰여질 당시처럼 소설 창작을 문제삼아 작가 채수를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등의 극단적인 주장을 제외하면, 대개의 시비는 독자 혹은 소설 독서로 인하여 야기되었던 것이다. 그 중에 한 예를 들면,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기대승은, 선조 임금이 “장비(張飛)의 고함에 만군(萬軍)이 달아났다고 한 말은 정사(正史)에는 보이지 아니하는데 〈삼국지연의(三國志衍義)〉에 있다고 들었다”며 소설 내용을 언급하자 불편함을 표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자신이 지닌 소설관을 피력한다.
《전등신화》는 놀라우리만큼 저속하고 외설적인 책인데도 교서관이 재료를 사사로이 지급하여 각판(刻板)하기까지 하였으니, 식자들은 모두 이를 마음 아파합니다. 그 판본을 제거하려고도 하였으나 그대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일반 여염 사이에서는 다투어 서로 인쇄하여 보고 있으며 그 내용에는 남녀의 음행(淫行)과 상도(常道)에 벗어나는 괴상하고 신기한 말들이 또한 많이 있습니다. 〈삼국지연의〉는 괴상하고 탄망(誕妄)함이 이와 같은데도 인출(印出)하기까지 하였으니, 당시 사람들이 어찌 무식한 것이 아니겠습니까(《조선왕조실록》 선조2년 6월 20일).
소설 작품과 그 독자에 대한 이같은 매도(罵倒) 외에도 소설이 독자에게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멀리해야 한다는 견해들은 계속 이어져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의 확산이라는 커다란 흐름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작품 수의 증가, 독자층의 확대, 그리고 갈래의 대중화 등 제반 현상은 시대를 지날수록 뚜렷이 증대되었던 것이다. 이같은 현상의 배후에서 작가나 소설책 제작에 직접 관여했던 이들 외에도 독자 그 가운데서도 특히 열독자(熱讀者)들이 기여한 바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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