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또는 더불어를 뜻하는 한자어 상(相). 옛 현인들은 뿌리를 내리고 한곳에서 자라는 나무(木)가 좋은 집의 대들보나 배, 땔감으로 제대로 쓰이려면 그 나무를 볼 줄 아는 사람의 눈(目)이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이렇게 글자로서 가르치고 있다. ‘상생(相生)’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뚫을 해법으로 떠올랐다. 지난 20세기 개별 국가 간, 개별 기업 간에 치러졌던 경쟁 구도는 이제 급속도로 동맹 국가 간 교역네트워크(FTA), 기업들 간의 협력 네트워크(전략적 공급·제휴·협력)의 싸움으로 진화하고 있다. 독불장군처럼 혼자 갈 수 있는 국가나 기업은 이제 더이상 없으며, 나아가 정부-공기업 및 기관-기업-학교-개별 인력까지 모두 아우르는 상생 벨트가 만들어져야만 지속가능한 산업 구조가 완성된다. 위기의 파장이 실물경제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면서 우리나라 산업 근간인 중소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 제조기업 총 11만7000여곳 중 납품기업은 60%인 7만곳에 이른다. 그만큼 대기업의 협력과 지원 없이는 중소 제조업 10곳 중 6곳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세계 수요 위축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 자체의 경영 구조가 악화되고, 자연스럽게 그 피해가 납품 중소기업으로 전가되는 2차, 3차 피해가 점점 더 심화,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전국적으로 문을 닫은 중소기업은 1184개로 지난 2007년의 연간 전체 부도기업 수 2296곳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당시 경기 악화가 본격화되지 않았고 키코, GM대우 등의 최악의 사태가 터지지 않았던만큼 지난해 하반기 중소기업 부도 수는 상반기 보다 30∼40% 급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생은 경기든, 기업 경영구조든 어려울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상생을 통해 그야말로 함께 사는 지혜를 실천하지 않으면 다 죽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전면적인 상생협력과 함께 기업 생태계를 둘러싼 각 주체들 간의 협력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산업계에선 기업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주체를 크게 △정부 △금융권 △학교 및 연구원 △지원 기관의 4곳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는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해 기업 활동을 보호하고, 산업을 키우는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지금과 같은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정부는 기업에 빨리 돈이 돌게 하고, 새로운 시장 수요를 발빠르게 열어줘 기업을 살리는 정책을 요구받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상생하는 길은 정부는 기업들에 전면적이면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방법으로 위기 탈출의 지원책을 제공하고, 기업은 경제 회생으로 국가와 국민에 보답하는 것이다. 금융기관 자체도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지만, 기업과는 떼놓을 수 없는 상생파트너다. 이윤 추구를 위해 기업에 돈을 대지만, 기업 자체가 어려워지면 금융권도 어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권이 자금 집행에 대대적으로 나선 것은 그것 자체로 기업과 함께 사는 길이 된다. 위기 극복의 힘은 기술과 인력에서 나온다. 그만큼 학교·연구기관은 기업 경쟁력의 원천적인 면에서 기업과 연결돼 있다. 끊임없이 양질의 인력을 기업에 제공하는 곳이 학교고, 기업과 함께 연구원이 만든 기술은 ‘메이드 인 코리아’로 제품화돼 세계시장을 파고들게 된다. 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설립한 수출·연구개발(R&D)·인력 양성 지원기관들은 기업들과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할 운명이다. 새 정부는 지원 기관의 첫 번째 업무 목표를 ‘수요자(기업) 중심의 지원 활동’으로 못 박았다. 기업의 요구를 받들지 못하면, 기관의 존재가치도 없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1%)-중소기업(99%)의 상생 구조로 짜여진 기업생태계를 핵으로 4대 주체 모두 손을 잡고, 같은 보폭으로 위기 극복의 행군을 시작할 때다. 위기 극복 뒤에 오는 기회의 햇살을 맞기 위해서는 기업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업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드는 중심에 ‘상생 전략’이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
◆일본 기업의 비결…강력한 협력 지난해 우리나라에 611억달러 어치를 수출해 무려 328억달러의 흑자를 본 일본 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일본은 중소기업이 565만여개(2008 중기청 연차보고서)로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의 배에 달한다. 그러면서도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 비중은 99.1%로 우리의 99.9%보다 낮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태계 균형이 우리보다는 잘 맞춰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토식 경영’의 저자인 스에마쓰 지히로 교토대 교수는 유독 교토에 근거지를 둔 기업들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기업생태계의 기본요소인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을 활용한 데 있다고 설파한 바 있다. 기업이 만들어내는 ‘플랫폼’이라는 운동장이 있다고 할 때 ,이 운동장에 부품업체, 고객, 지역주민들이 ‘따로’가 아니라 ‘협력’하면서 재미있게 뛰어놀 수 있도록 잔디도 깔고, 축구장도 만들어 뛰어놀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면 재미가 있어 이들이 와서 더욱 열심히 놀게 된다. 이 운동장에서 열심히 연습한 선수가 스타가 되면 그 스타뿐만 아니라 운동장의 브랜드 가치는 크게 증가하고 운동장의 주인인 기업은 발전한다. 반대로 재미없는 운동장에는 구성원들이 다 떠나게 되고 피해자는 운동장의 주인인 기업이 된다. 스에마쓰 교수는 교토식 기업들은 기업생태계에 참여하는 멤버들이 열심히 하면 할수록 이익이 되는 기업생태계를 만들었으며, 이러한 플랫폼 리더십과 기업생태계 사고가 이들 교토식 기업들의 지속성장의 원천이 됐다고 강조한다. 광학기기, 사무자동화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성공 신화를 일궈낸 캐논의 뒤에는 무수한 협력사들이 버티고 서 있다. 이치가와 준지 캐논 전무는 지난 연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콘퍼런스’에서 캐논과 협력업체가 모두 성공하려면 적기에 잘 팔리는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수요 부품의 제조라인 공급과 완제품의 시장 공급 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도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필요한 시점에 즉시(JIT:Just in Time) 납품받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협력사가 필요로 하는 강력한 지원을 하는 것이 캐논의 역할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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