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시장이 2차 가격 전쟁에 휩쓸릴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 등은 미국 3위 통신업체 스프린트넥스텔이 ‘부스트(Boost) 모바일’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월 50달러에 무제한 통화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초 AT&T와 버라이즌와이어리스가 99.99달러 무제한 음성통화 정액요금제를 출시해 가격 인하 경쟁을 촉발시킨 이래 또 한번의 가격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통신업계는 스프린트의 50달러 요금제 출시가 지난해 99.99달러 요금 전쟁보다 훨씬 큰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리프와이어리스(Leap Wireless)나 메트로PCS 커뮤니케이션 등 군소 이동통신업체들이 이미 월 40∼50달러대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스프린트넥스텔 부스트 모바일과 사용자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부스트 모바일은 스프린트넥스텔의 선불제 이동통신서비스명이다. 통화량은 많지만, 가격에 민감한 젊은이들을 겨냥한 이 선불제 서비스의 가입자는 이미 390만명에 이른다. 특히 이번에 내놓을 스트린트넥스텔의 50달러 월정액에는 음성 통화뿐만 아니라 데이터통신·기본 문자 메시지·웹서핑 서비스·대부분의 세금까지 포함돼 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후 리프와이어리스와 메트로PCS 주가는 경쟁 심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매도로 급락했다. 스프린트넥스텔은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집행하는 등 50달러 요금제에 전사적인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매트 카터 부스트 사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부스트’ 요금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러한 요금제가 사용자를 확대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인하 경쟁이 시작되면 AT&T·버라이즌 등 대형 이동통신사업자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특히 이동통신업계에 정액제가 정착되면 소비자들이 통신사 요금을 비교하는 데 한층 쉬워져 통신업체 전반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샌포드 번스타인 크레이그 모페트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통신 요금에는 일종의 ‘후광(halo)’ 이 있어 각 사용자들이 스스로 쓴 요금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면서 “AT&T와 버라이즌이 스프린트의 가격 인하에 맞대응해 정액제를 내놓으면 통신업계는 큰 가격 인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업계가) 한번 정액제 요금이라는 ‘루비콘’의 강을 건너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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