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IT 제품과 생활가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돈이 안되면 퇴출시킨다는 논리에 따라 실리는 적고 면적만 잡아먹는 전자제품 전시 면적을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느 백화점을 가도 29인치 이하 TV는 찾아볼 수 없다. 세탁기는 드럼세탁기만 취급하고 냉장고는 양문형 일색이다. 노트북PC도 일부 백화점에서는 아예 전시목록에서 빼거나 구색용으로 몇 가지만을 취급하고 있다. 양판점에 밀리고 할인점에 치이자 백화점이 고급화로 살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빅3 IT매출, 6000억원도 안돼=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빅3’는 지난 2005년 이후 외국 가전업체들이 대부분 철수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IT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IT 매출이 3500억원으로 빅3 가운데 가장 많다. 효자품목이었던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 부진했음에도 지난 2007년(매출 3500억원)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각각 1700억원과 500억원 정도를 달성했지만 2007년보다는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 이들 백화점 빅3 IT 매출을 합쳐도 6000억원을 채 넘지못하는 수치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디지털가전 시장(20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로 전자전문점(약 5조9500)의 10분의 1수준이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 디스플레이 원칙이 양보다는 질로 180도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라며 “백화점들은 정기세일에서 IT 및 가전 제품은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가 되는 패션·잡화에는 판촉비 등을 최대로 활용하지만 가전은 마케팅 비용을 가급적 줄여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가전매장 갈수록 축소=백화점들은 가전 매장을 연평균 10%씩 줄이고 있다. 식품과 패션 매장은 평당 매출효율이 늘어나는 반면 가전 매장은 VIP 고객들이 고가 명품을 찾아 간간이 들르는 곳으로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없앨 수도 없는 입장이다. 롯데백화점 가전매장은 22개 전점 기준으로 면적이 3900평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8.3% 가량 줄였다. 현대백화점의 경우도 6개 점포 가전매장 면적이 1800평이나 해마다 10% 가량씩 축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목동점을 리모델링하면서 가전매장을 60평 가량 줄였다. 신세계백화점은 2007년에 700평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685평으로 2.1% 정도 감소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전시 상품수는 줄이되 명품으로 대형마트나 전자전문점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고화질의 LCD·PDP 등 영상가전과 디자인·기능성 중심의 냉장고, 에어컨 등으로 매장을 구성하고 있다. 이동현 롯데백화점 가전담당 바이어는 “양판점·할인점의 점포수는 100개 이상에 이르고 있어 백화점과의 매출 비교는 무의미하다”며 “백화점을 찾는 고객은 대부분 목적 구매를 하기 때문에 수입제품은 특화시키고 국산 가전은 브랜드를 주력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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