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의 불빛은 화려하지만….’ 세계적인 IT·가전전시회 ‘CES 2009’ 개막을 앞두고 미국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올해 IT·가전제품 구매 비용을 줄일 것이라는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물 경기 침체와 관련한 우울한 전망이 쏟아진 가운데 6일 포레스터리서치는 미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주요 IT·가전 품목별 구매 의사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기대주인 스마트폰 구매를 미루겠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아 불황의 정도를 가늠케 했다. ◇미 소비자 절반, ‘가전 구매, 참자’=이번 조사에서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 IT·가전 기기를 예정대로 구매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1%가 ‘구매 비용을 줄이거나 사지 않겠다’고 답했다. 44%는 당초 예정대로 구매하겠다고 답했지만 ‘구매 비용을 늘리겠다’는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지난해 비교적 선방한 비디오게임 부문 전망도 어두웠다. 응답자의 62%가 새 비디오게임 콘솔을 구매할 의사가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레스터 애널리스트인 폴 잭슨은 “조사 결과가 예상보다 훨씬 우울하다”며 “지난해 9월 이후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이어졌지만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기대주 스마트폰도 예외없어=새롭게 떠오르는 유망 제품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성라디오와 휴대형 위성항법장치(GPS)의 경우 ‘구매 비용을 줄일 계획’이라는 응답자가 각각 66%, 62%에 달했다. 최근 스마트폰이 올해의 ‘핫 아이템’으로 부상했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해 애플 3G 아이폰 돌풍을 기폭제로 올해 주요 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나섰지만 응답자의 63%가 스마트폰 구매 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신형 PC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응답자의 45%는 새 PC 구매 시기를 늦추고, 18%는 PC 구매에 돈을 덜 쓰겠다는 반응이다. TV는 그마나 위안을 줬다. 조사 대상의 44%가 예정대로 신제품을 사겠다고 답했다. ◇‘방콕족을 겨냥하라’=주목할 만한 대목은 TV를 포함한 홈엔터테인먼트 기기다.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외부에서 여가를 즐기기보다 집에서 인터넷과 TV를 통해 놀거리를 찾는 ‘방콕족’들이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입증하듯 이번 조사에서도 58%의 응답자가 ‘홈엔터테인먼트에 드는 비용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액센추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제 사정이 안 좋아져 인터넷 서비스나 케이블·위성TV를 중단하겠다는 이용자는 각각 3.7%와 9.6%였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집 밖에서 하던 취미 활동이나 외식을 줄이겠다고 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포레스터와 액센추어 등 컨설팅 업체들은 “차별화된 제품으로 불황에 강한 엔터테인먼트 틈새 시장을 공략할 것”을 주문했다. 액센추어의 마티 콜 커뮤니케이션·첨단기술운영그룹 대표는 “최악의 상황이지만 좋은 실적이 기대되는 제품은 여전히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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