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진실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정계의 대응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아베 총리는 고노담화를 인정하면서도 위안부 강제동원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일본은 과거 자신들의 침략행위를 사실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현재 동아시아 어떤 주변국도 그 진정성을 믿지 않는다. ‘사실’을 부정하는 일본의 정치권 인사들이 침략은 거짓이라는 그들만의 ‘진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에 걸 맞는 행동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위안부는 물론 침략에 까지 그들이 믿는 진실이 아시아인의 아픔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반세기동안 일본은 정치적 목적으로 자국의 역사를 부정해 왔다. 우익 세력은 자신의 정당성을 보존을 위해 역사를 희생물로 택했다. 역사적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일본은 우익의 노력으로 지금 일본의 번영을 위해 몸 바친 조상들이 위대하다는 ‘진실’을 보편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점에서 역사 사실왜곡은 국가주의 역사관의 완성을 위한 세부전략이다. 침략은 근대화라는 아시아의 새로운 기회였고, 수탈은 서구열강에 대한 저항을 위한 것이라는 식이다. 이런 ‘사실’이 모여 결국 우익은 그들의 믿음을 다수의‘진실’로 만든다. 역사적‘진실’이라도 그것이 옳다는 다수의 믿음을 얻어내기 위해 창조된 셈이다.
그런데 진실이‘신념’과 ‘행동’을 낳는다는 바로 이 점이 위험하다. 국가적인 요구와 결합할 때 그것은 ‘이데올로기’가 되고, 하나의 사안에 집중될 때는 대중적인 ‘광기’를 낳기도 한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그토록 빠르고 치밀하게 자행된 데는 일반인들의 열성적인 협조가 있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다. 그들은 유대인이 독일의 빈곤에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을 ‘진실’로 수용했다. 2005년 황우석 사태 역시 대중이 믿는 진실의 위험을 보여줬다. 그의 지지자들은 연구의 업적과 그의 진정성을 ‘진실’로 채택했고, 검증된 사실조차 극렬히 부정했다. 이처럼 다수의 진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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