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인이 바뀐 전자부품소재업체가 속출했다.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기업의 인수합병(M&A) 대상이 되는가하면 업황 악화로 견디다 못해 새주인에게 경영권을 넘기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M&A 열풍은 새해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불경기에 새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는 회사의 욕구는 커지고, 전방산업 부진으로 부품소재업체의 경영 여건은 나쁘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최대 주주가 바뀐 부품소재업체는 35개사에 달했다. 지난해 28개사에 비해 25%나 늘어난 수치다. 2006년 12개사에 비하면 세배 가깝다. 김갑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금은 있는데 성장성이 불투명한 회사들이 M&A에 적극 나서면서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면서 “M&A 시점을 놓고 기다리는 회사들이 많아, 새해 부품소재기업들의 M&A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M&A 속사정을 살펴보면 우선 대기업의 신사업 파트너가 된 회사들이 눈에 띄었다. SKC는 태양광사업 진출의 교두보로 반도체 파인세라믹 소재업체인 솔믹스를 사들였다. 솔믹스의 실리콘 잉곳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CMOS이미지센서(CIS)업체인 실리콘화일의 최대주주가 됐다. 메모리 위주 사업에서 탈피, 시스템반도체로 영역 확장을 위한 도약대다. 지난달 양사의 첫 성과물이 중국에 수출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합병으로 힘을 모아 새 도약을 시도하는 회사들도 있었다. 루멘스는 이동통신·군통신장비업체인 엘씨텍과 합병, LED업체로 변신했다. 바른전자는 젠코아를 흡수합병하면서 메모리카드 제조, 반도체 마케팅에 이어 SSD와 USB플래시디바이스 등도 신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기존에 해왔던 사업을 접고 새 분야에 도전하는 회사들도 잇따랐다. 단암전자통신은 PDP용 전원 공급장치와 이동통신용 디지털 앰프 대신, 수소연료전지와 LED 관련 제품으로 사업변신을 꾀한다. 카메라폰 렌즈회사인 디오스텍은 제대혈 및 줄기세포 회사인 차바이오텍을 흡수합병하면서 바이오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지목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생존과 사업다각화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과감히 신규사업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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