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휴대폰·LCD의 우리나라 3대 IT 수출 품목에 드리운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4분기 들어 대표적인 시장조사기관이 이들 품목의 새해 성장률을 재차 하향 조정하면서 관련 업계는 수치가 공개될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새해 반도체 시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고 휴대폰 시장도 잔뜩 흐릴 것으로 예상됐다. LCD는 그나마 새해 말부터 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 올해보다 16% 축소=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새해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17일 가트너는 새해 세계 반도체 판매량이 올해보다 무려 16%나 줄어들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을 내놨다. 반도체 판매량이 2년 연속 감소하는 것은 처음이다. 가트너의 시장 전망치는 갈수록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다. 가트너는 지난 9월 2009년 시장 규모를 3077억달러로 예상했다가 이를 지난달 2820억달러로 낮췄다. 17일 이 회사가 제시한 새해 시장 규모는 2192억달러다. 가트너 측은 “현재의 금융 위기는 4분기 판매량과 수익에 전례 없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4분기 판매량은 3분기에 비해 24%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이언 루이스 가트너 연구 부사장은 “공급망 관리로써 재고가 지난 2001년 거품 경제 붕괴 당시보다 철저히 관리되고 있어 그나마 복구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회복 시점과 관련해 가트너는 시장이 오는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15%, 9.4%의 성장률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휴대폰 시장, 더 줄어든다=17일 로이터는 36명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새해 세계 휴대폰 시장이 올해보다 6.6% 축소될 것이라며 이전 전망치를 또 한 차례 깎아내렸다. 또 통상 매출 상승폭이 가장 큰 올 4분기 매출도 작년 대비 5.7%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달 초 노키아가 ‘5%대 감소’를 언급한 것에 비춰볼 때 이번 조사 결과는 비관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새해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최대 13% 시장 축소부터 3% 성장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출했다. 특히 로이터는 재고 누적으로 새해 1분기 사정이 한층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2억대·1억대의 연간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고를 가장 많이 축적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LCD, 하반기부터 숨통=패널 가격의 끝모를 추락으로 LCD 업계도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최근 아이서플라이는 수요 감소로 LCD TV 전 세계 출하량이 당초 전망치인 1억2400만대에서 1억1260만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선진국의 가전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 기업은 그 어느 해보다 해외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게 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리디 파텔 아이서플라이 부사장은 “미국과 유럽의 경제 위기와 소비 감소가 LCD 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다”며 “다만 대형 LCD TV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대형 브랜드의 공격적 마케팅 효과가 하반기에는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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