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을 읽고 (황순원)
황순원의 대표 단편 소설 학은 6·25 전쟁 시기의 삼팔 접경의 북쪽 마을을 배경으로 사상과 이념을 초월한 인간애(人間愛)의 실현이라는 주제를 살린 작품이다.
소설 전반에 휴머니즘이 암시와 상징을 통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성삼이와 덕재의 `학사냥의 추억`은 상실된(훼손된) 우정(인간애)을 회복시켜 주는 매개체로 자리잡고 있다.
소설의 두 주인공 성삼이와 덕재를 살펴보면 먼저 성삼이는 덕재와 한 마을에서 자란 친구로 전쟁과 함께 치안 대원이 되어 덕재를 체포하고 그를 증오하지만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임을 새삼 느끼며 덕재를 풀어주는 인물이다.
반면 덕재는 전쟁 발발 후 사회주의가 뭔지도 모르면서 단지 빈농(貧農)이라는 이유만으로 농민 동맹 부위원장이 된 인물로써 성삼의 친구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한 마을에서 단짝동무로 지냈던 성삼이와 덕재는 6·25가 나면서 이념을 달리하는 적대 관계로 만나게 된다. 치안 대원이 된 성삼이는 덕재가 체포되어 온 것을 보고는 청단까지의 호송을 자청하여 덕재를 데리고 나선다. 호송 도중, 성삼이는 유년 시절 때 호박잎 담배를 나눠 피우던 생각과 혹부리 할아버지네 밤을 서리하다가 들켜 혼이 난 추억들을 떠올리며 내적 갈등을 느낀다.
농민 동맹 부위원장까지 지낸 덕재에 대한 심한 적대감을 품기도 했으나, 대화를 하는 사이에 점차 적대감이 누그러지면서 덕재의 몰(沒)이념성을 알게 된다. 즉, 덕재는 스스로 공산주의 이념에 동조한 것이 아니라 빈농(貧農)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용당했을 뿐으로 사실은 땅밖에 모르는 순박한 농민이었던 것이다. 덕재는 아버지가 병석에 누워 있었고, 또 농사에 대한 고집스러운 애착으로 인해 피난하지 않고 마을에 남게 된 사실을 이야기한다.
성삼이는 자신이 피난 가던 때를 회상하면서 농사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피난하기를 끝까지 거부하시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덕재의 처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어느덧 덕재에 대한 증오심이 점차 우정으로 바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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