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가족을 읽고 (전상국)
전상국의 중편소설 아베의 가족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6.25 전쟁의 상처를 지닌 가족의 삶을 통해 전쟁의 상처 회복의 의지와 비극적 운명의 극복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3부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Ⅰ·Ⅲ부는 4년 전 미국으로 이민간 아베 의 가족 중의 한 사람인 김진호가 미국군인(G.I.)이 되어 고국 땅을 밟은 뒤 이복형 아베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Ⅱ부는 김진호 어머니의 수기 형식으로 전개된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인 아베는 백치(白痴) 혼혈아로 어머니가 미군에게 성폭행 당해 태어난, 전쟁의 아픈 상처를 지니고 사는 비극적 운명의 인물이며, 나는 소설의 화자로 미국 국적을 가진 재미 교포이며, 이복형 `아베`의 행방을 추적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전통 정서인 한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는 이 소설은 그렇지만 전통 소설과 다르게 우리의 현대 소설에서 원한 감정은 휴머니즘으로 극복되고 있으며, 특히 6.25에 관한 원한 감정을 화해와 용서로 풀어 민족의 동질성을 찾으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가치가 더욱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소설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온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가 4년 만에 한국파견지원병이 되어 돌아온 진호(나)는 들뜬 마음으로 첫 외출을 한다.
이민을 간 후 가족들은 황량한 벌판에 뿌리 없이 버려져 시든 나무처럼 변해버렸다. 어머니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심한 우울증환자가 되어 멍청한 얼굴의 무기력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머니의 그러한 변화는 이민을 가면서 한국에 버리고 간 아베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가족들은 그 누구도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기를 꺼려했다. 나는 어느 날 어머니의 트렁크에서 그녀가 쓴 수기를 발견해 내고 여동생 정희와 함께 그것을 읽었다.
나(주경희)는 춘천에서 강 하나를 건너 심사십리를 들어간 샘골 마을의 최부면장네로 시집을 갔다. 서울에 유학하는 남편과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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