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벽을 읽고 (이청준)
이청준의 중편소설 소문의 벽은 글쓰기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의사(意思)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한 인간의 정신적 상처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골목길에서 박준을 만나고, 박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의 치료와 관련하여 정신 병원을 찾아가고, 박준의 치료 방법에 대하여 `나`와 담당의사 김 박사의 의견 대립을 하며 전짓불의 공포로 박준이 미쳐서 병원을 탈출하여 행방 불명이 되는 과정을 잡지사 편집장인 내가 우연한 기회에 소설가 박준을 만나 그의 정신병의 근원에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소설속 잡지사 편집장인 `나`는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며 도와 달라는 한 사내를 만난다. 엉겁결에 그를 하숙방으로 데려와 함께 잠이 들었던 `나`는 아침에 깨어나서 사내가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한다. 이상한 생각이 든 `나`는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정신 병원을 찾아갔다가 그 사내가 병원에서 도망친 환자 `박준`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다. 담당의사인 김 박사는 `박준`이 심한 히스테리의 일종인 진술 공포증에 걸려 있다고 말한다. 환자는 무엇인가로부터 끊임없이 위협 당하고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일체의 진술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박준`의 본명은 `박준일`로서 1-2년 전만 해도 정력적으로 작품을 발표하던 소설가이다. `나`는 `박준`이 쓴 `괴상한 버릇`, `벌거벗은 사장님` 그리고 제목이 붙어 있지 않은 중편 소설 등을 읽게 된다. 그 소설 중에 `박준`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전짓불의 실체가 드러난다. 남해안의 조그만 포구(浦口)가 고향인 `박준`은 6·25가 일어났던 해 가을, 밤중에 밀어닥쳐 전짓불을 들이대고 좌인이냐, 우익이냐를 묻는 정체 모를 사내들에게 공포감을 느꼈던 것이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나`는 김 박사에게 찾아가서 `박준`의 병인(病因)을 이야기하지만, 김 박사는 자신의 권위의식 때문에 `박준`의 진술을 끌어내기 위한 자신의 방법을 포기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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